일본 신칸센역 환승시설은
 ‘사람이 먼저’

 

신아오모리역 2층 신칸센, 1층 전철·버스·택시 등 환승시설 위치
KTX지제역 ‘나홀로 역사’ 우려, 지제세교지구 특단의 대책 필요

 

▲ 박환우 평택시의원(우측)과 박창구 평택시 안전건설교통사업국장
평택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일본으로 의원 연수를 다녀왔다. 홋카이도 중심도시 삿포로시 노면전차를 운영하는 교통국과 폐기물 소각시설을 둘러보고, 혼슈 동북지방의 중심도시인 아오모리시에 방문하기 위해 홋카이도 지방의 남쪽 항구도시 하코다테에서 JR열차를 타고 쓰가루해협 해저터널을 통과해 아오모리역에 도착했다.
아오모리시는 1995년 8월 평택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평택시 유학생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는 인구 30만 명의 도시다. 1891년 개통된 아오모리역은 항만과 근접해 근대산업발달과 함께 상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었다. 평택역과 비슷한 규모의 아오모리역에는 대형쇼핑센터 라비나가 영업 중이고, 역전광장에는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한 다양한 노선의 버스와 택시 승강장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주변에는 관광안내소·장애인용 승강장·자전거 주차장·렌터카 회사·파출소·버스터미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역 앞 광장 남측 공원 광장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야외무대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평택역은 역 출입구에서 가장 먼 거리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아오모리역은 시내버스 승강장 위치가 역 출입구에서 가까운 지점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주차장은 공원지하주차장·주차 빌딩이 주변에 있어 승용차를 타고 오는 이용객은 차에서 내려 비교적 오래 걸어야 하는 불편과 주차요금을 감수해야 한다.
평택역 광장은 승용차·택시 승강장이 역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비교되는 점이다. 보행자가 걷는 보행로에는 비 가림 시설이 연결돼있다. 역 앞 광장 환승시설에서 보행자와 대중교통을 우선 배려하는 것은 본받을 만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를 연결하는 철도와 항만교통의 요충지로 발달한 아오모리시는 고속열차 신칸센을 유치해 2010년 12월 4일 아오모리역에서 4㎞떨어진 거리에 토호쿠신칸센 신아오모리역이 개통됐다. 아오모리역에서 신아오모리역까지는 전철로 7분, 자동차로 10분, 버스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신아오모리역은 2층에서 신칸센을 탑승하고, 환승시설은 1층에 전철· 버스·택시 승강장 등이 배치되어 있고 이용객 편익을 위해 관광안내소·물건보관함·렌트카·엘리베이터·승용차 주차장·이용객 보행로에는 비 가림 시설이 설치돼있어 아오모리시청 버스에서 내린 우리 일행은 비를 피하며 역 안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역사 1층에는 아오모리역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쇼핑센터가 영업 중이다. 
123년 전통의 아오모리역 주변 구도심지역은 상업·업무·문화·주거기능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다. 기존 아오모리역에 신칸센 고속철도역을 배치하지 않고 4㎞떨어진 도시외곽에 신아오모리역을 건설한 이유는 시속 32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열차가 도시를 관통할 경우 발생하는 소음문제와 기존 철도의 선로가 좁아 새로운 선로를 건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혼슈~홋카이도를 신칸센으로 연결하는 아오모리~하코다테(홋카이도) 선로를 직선으로 연결해 2015년 홋카이도신칸센 신하코다테호쿠토역 개통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아오모리시는 고속열차 유치로 이동시간의 단축·교류인구의 증가·운송력 확대를 통해 산업경제 활성화와 관광 진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아오모리역 개발로 기존 아오모리역 이용객이 감소함에 따라 구도심 상권 분산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는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고령국가 일본의 사회문제가 원인인 듯하다. 도시발전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아오모리역 주변지역에 새로운 역세권개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요코하마시의 신요코하마역 환승시설을 견학하기 위해 아오모리역에서 도쿄역까지 신칸센을 타고 3시간을 이동했다. 신요코하마역은 평택역처럼 백화점과 역이 대형빌딩에 입주해 있었다. 2층에는 신칸센을 타고 내리는 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버스·택시·전철은 1층에 배치돼있고 2층에서 걸어 나오는 이용객들을 위해 역 앞 광장에 설치된 구름다리 육교를 통해 도로 건너편까지 연결했다. 자동차는 지면으로 이동하고, 걷는 사람들이 2층 육교를 통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입체시설을 설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오모리시의 아오모리역과 신칸센 신아오모리역의 역할분담은 평택시의 평택역과 KTX평택 지제역의 새로운 건설과 비슷하면서도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 평택역에서 전철로 5분 소요되는 지제역 옆에 KTX 평택지제역을 건설하고,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 입주로 인구 증가가 기대되는 주변지역에 민간자본을 유치해 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평택시와는 차이가 있다.
평택시는 인근 도시의 KTX역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남쪽으로는 2004년 KTX 개통 후 10년 사이 고속열차 이용객이 크게 증가한 천안아산역, 삼성전자 입주 덕분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천안시·아산시와 경쟁하고, 북쪽으로는 KTX·GTX동탄역이 설치되는 화성시 통탄신도시, 그리고 오산시·안성시와 인구·기업유치를 위해 경쟁과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KTX 개통시기에 비해 역세권 개발이 계속 지연되면 광역환승센터 건설에도 차질이 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KTX 평택지제역은 ‘나홀로 역사’로 오랜 시간 방치될 우려가 있다. 개통초기에 이용객의 편익을 위한 환승시설을 충분하게 설치하지 못한다면 천안아산역과 동탄역 역세권에 밀려 역세권개발을 위한 민간투자유치에 먹구름이 몰려올 수 있다. KTX 평택지제역은 개통과 함께 환승센터가 건설될 수 있도록 평택시와 지제세교지구의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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