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풀벌레 이야기

▲ 가을을 대표하는 악사 왕귀뚜라미
햇볕이 뜨거운 여름철이었다. 베짱이는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한가롭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나무 밑에서는 개미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개미들을 보고, 베짱이가 말했다. “얘들아, 이렇게 더운 날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거야? 나와 함께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겠니?” 그러나 개미들은 여전히 땀을 흘리며 묵묵히 일을 할 뿐이었다.
위 내용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솝우화 중 개미와 베짱이의 한 부분으로 원문에서도 베짱이를 노래 부르는 악사로 나타냈으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곤충 백가지’에도 베짱이를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곤충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 검은다리실베짱이 암컷
곤충을 중심으로 사계절을 보았을 때, 새롭게 시작하는 봄을 나풀거리며 날아오르는 나비로 연결 지어본다면 여름은 높은 미류나무 위에서 시원한 노래를 전하는 매미를, 그리고 가을은 주변 가까운 곳에서 귀에 친근한 소리를 전하는 풀벌레들의 계절로 보면 좋을 듯싶다.
환경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소개된 아름다운 소리를 열어보니 동굴 낙수·여름 폭포·재첩 캐는 소리 등 우리지역의 특성상 거리가 먼 소리도 있지만 백로 새끼 키우는 소리·맹꽁이 울음소리·방울벌레 노랫소리 등 다수는 우리지역의 생활과 밀접한 거리에 있으며 특히 여치와 베짱이 같은 풀벌레 소리는 지금 이 가을이 제격이다.
▲ 여치과의 대형종 날베짱이
국어사전에 풀벌레란 ‘풀숲에서 사는 벌레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여치·베짱이·귀뚜라미·방울벌레·긴 꼬리 등의 소리곤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10월 중순 즈음에 듣게 되는 풀벌레 소리는 거의 이들의 소리가 모여진 합창이라 생각해도 될 것이다.
우리고장 평택에 이름난 악사 몇을 들라면 풀벌레 외에도 마치 노래하듯 소리를 내는 여름철 애매미와 봄이면 찾아들어 번식을 마친 후 다시 인도차이나반도 쪽으로 돌아가는 명금조 꾀꼬리·쇠유리새 등이 있지만 우리 귀에 친근한 귀뚜라미·방울벌레·긴 꼬리만한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
▲ 중베짱이 암컷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펴낸 저작물 중에 한국자생생물 소리도감이 있다. 한국의 여치 소리·한국의 새소리·한국의 개구리 소리 세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디오 CD 부록 3매도 포함되어 있어 주변 생명 있는 것들의 소리를 듣고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중 ‘한국의 여치 소리’는 여치류 34종의 소리와 고품질의 사진을 수록하여 풀벌레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0월 중순, 가족과 함께 가까운 풀밭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여유로움에 잠깐의 시간을 내어 봄은 어떨지…!

 

▲ 중베짱이 암컷

 

 

 

 

 

※ 10월부터는 겨울새를이 평택호물줄기를 찾아오는 시기입니다.
가을에 찾아와서 월동을 하고 봄이 지나면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는 겨울철새 중에는 천연기념물 혹은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보호를 받고 있는 종이 많이 있습니다. 고니·큰기러기·두루미·독수리 등 그리고 부상당한 야생동물을 발견하셔도 전화 부탁드립니다.

 

 

   
▲ 김만제 소장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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