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역사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것이
바로 역사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우며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은
마음 속 깊이깊이 경계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중국 북경으로 여행을 가서 느낀 여러 가지 인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바로 골목 속에 들어있는 공중변소입니다. 많은 외국 여행객들이 중국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불편 가운데 가장 큰 고통이 바로 칸막이가 없는 공중변소였을 것이지요.
칸막이가 없으니 문이 없을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니 중국의 공중변소는 수 천 년 전 로마시대 유적지에서 볼 수 있는 변소만도 못한 시설이어서 마치 가을날 강남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깃줄에 앉은 제비모양 용변을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엉덩이를 까고 옆 사람과 어깨를 비비고 앉아 태연하게 볼 일을 봅니다.
그런데 2008년 북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은 공중변소가 칸막이를 만들고 문을 달았습니다. 게다가 시시때때로 인민복을 입은 여인네들이 빗자루와 물통을 들고 와서는 깨끗하게 청소도 해줍니다.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이 벌어들인 돈으로 겉치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속속들이 서민생활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알리는 징표입니다.
인도에 가서 기차를 타고 여행하다보면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동트는 아침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들에 나가 앉아 자연에다 용변을 보는 풍습입니다. 그들이 짐승만도 못하게 여긴다는 ‘불가촉천민’이라고는 하나 하늘을 가리고 이슬을 피해 잠을 자는 집을 만드는 일보다 더 어렵고 힘든 것이 변소를 만드는 일인가 봅니다.
그런데 오래전 골목길과 길거리가 더럽기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데서나 똥을 싸고 길거리에 침을 뱉고 예사로 담배꽁초를 버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더러운 나라였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 동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일본의 길거리문화는 하루아침에 큰 변모를 이룩했습니다.
1945년 미국이 B-29에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 2발로 연합군에 항복한지 꼭 15년 만에 치러진 동경올림픽으로 일본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패전국 일본의 저력을 보여준 국제행사로 손색이 없었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 보다 일본이 만들어 낸 더 큰 가치는 바로 사회적인 의식변화였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며 일본은 건물과 도로뿐만이 아니라 국민의식도 함께 재건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에 가면 어느 골목길을 걷던지 휴지조각이나 쓰레기가 눈에 띄질 않습니다.
일본여행 중 오사카에서 ‘신칸센’ ‘히카리’를 타고 동경까지 오는 길. 기차 차창을 내다보니 시골마을 곳곳에 세워놓은 자동차가 모두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또 시내에서 ‘성선省線’을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나가는 길. 기찻길 옆에 늘어선 건물 옥상을 보니 모두 ‘씻은 듯’ 깨끗하게 치워져 있습니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입니다.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 바로 깨끗한 환경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천지 그 어느 고장엘 가도 평택에서 안중 가는 길만큼 더럽고 지저분하고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도시는 본 적이 없습니다.
무질서한 간판,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길가 건물들, 곳곳에 쌓인 쓰레기더미 그리고 길거리와 인접한 땅에 버려져 바람에 날리는 폐비닐 정말 평택은 쓰레기 처리장 속에 세운 도시 같아 차를 타고 지나치며 보기만 해도 몸이 스멀스멀해지고 숨이 갑갑해옵니다.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시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더럽기 이를 데가 없는 평택의 환경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 전했지만 지금껏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미국에서의 일입니다. 동생네 집에서 수도를 틀어 잔디밭에 물을 주고는 물 호스를 적당히 말아서 한 쪽에 치워두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 날 당장 ‘타운하우스’ 관리사무실에서 수돗가 옆 벽에다가 경고장을 붙였습니다. 수도호스를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동그랗게 말아서 보관하라는 명령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집 앞을 지나다니는 동네사람들에게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며 마을공동체의 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경고장인 셈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마당에 기르는 잔디를 제 때에 깎지 않아도 경고장을 받습니다.
유럽에서는 어느 집이든 창틀에 꽃화분을 기릅니다. 집주인이 보기 보다는 지나가는 사람을 위한 배려입니다
- 만인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만인은 자유를 버려야 한다.
불결하기 이를 데 없는 평택의 무질서는 비단 평택에서 안중으로 가는 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평택시내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느새 인구 50만을 바라보는 대도시 평택. 공장을 짓는 일이나 박물관을 세우는 일보다 더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은 바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깨끗하고 청결한 도시를 만드는 일일 것이지요.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