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산 쌀을 팔아주기 위한
쌀의 비소 허용 기준이 아닌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비소 허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 이상규 정책실장
평택농민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쌀의 ‘무기비소’ 허용기준을 0.2mg/ kg(200ppb)으로 설정한다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그러나 비소 함량기준 설정에 문제가 있어 우리 국민의 건강권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비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환경 중에 널리 분포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무기비소’는 인체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사극에서 임금이 죄 지은 신하에게 내리는 사약이 바로 이 무기비소다. 비소는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발암물질로 확인한 물질로 방광·신장·피부 등에 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이처럼 위험한 물질이지만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특성상 비소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소는 적정한 수준을 정해 잘 관리해야 한다.
이처럼 위험한 비소를 관리하는 기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쌀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쌀의 비소 허용기준이 왜 이 시점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가 선언한 ‘쌀 수입 전면개방’에 있다.
지난 2012년 9월 미국산 쌀에서 비소가 검출돼 수입이 중단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수입재개 압력에 굴복해 “국제적 기준도 없고 비소가 검출됐다고 미국산 쌀 수입을 중단한 나라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얼마 후 미국산 쌀 수입을 재개했다. 그러나 처음 쌀의 비소검출을 확인한 미국의 시민단체 ‘컨슈머 리포터’는 당시 미국 중남부에서 생산한 쌀에서 검출된 무기비소 함량은 0.06~0.16mg/kg (60~160ppb)이라고 밝히며 어린이의 경우 쌀로 만든 이유식 섭취 중단을 권고하고 성인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미국 쌀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쌀의 비소 검출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코덱스’를 통해 자국 쌀 수출을 위한 쌀의 비소함량 국제기준 허용치를 0.2mg/kg(200ppb)으로 설정했으며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식약처 기준으로 우리나라 일일 평균 쌀 섭취량 184g과 평균체중 63kg을 적용하고, 미국 환경청 EPA의 무기비소가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준을 볼 때 이러한 기준은 환경보건법상 위해수준의 두 배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보건법’이 정하고 있는 1만 명당 1명이라는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의 아홉 배를 초과한다. 식약처 기준은 우리나라 물의 비소 허용기준 0.01mg/kg(10ppb)의 20배가 되는 수치다. 하루 평균 먹는 밥이 200g이고 마시는 물이 2리터라고 계산하더라도 물의 비소 한계치를 두 배 가량이나 초과하고 최근 시민단체가 조사한 우리 쌀의 무기비소 평균농도 0.034mg/kg(34ppb)보다 무려 여섯 배나 높다.
도대체 우리가 왜 그토록 높은 무기비소의 허용기준을 정해야 하는 것인가. 그건 우리 국민의 건강을 기준에 두지 못하고 무기비소 함량이 높은 미국 쌀을 팔아주기 위해 국제기준에 동조하며 우리 실정은 고려하지 않고 남의 장단에만 춤을 추는 꼴이다.
정부는 쌀의 비소 허용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미국인보다 쌀을 일곱 배가량 많이 섭취하는 우리 국민의 식생활 습관과 건강을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비소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광물이기 때문에 노출이 높은 지역에는 노출을 저감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세워 농가피해를 막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코덱스가 정한 국제기준에 춤추지 말고 보다 신중하게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 맞는 우리의 기준을 세워나가야 한다.

 

 

 
▲ 이상규 정책실장
평택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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