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쌀로 만든 기내식 과자
뿌듯하죠”

농산물 가공식품도 이젠 디자인으로 승부
논 한 가운데 살던 집 헐어내고 공장지어

 
농산물 고유의 맛과 영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공식품 제조업자가 있다면 그는 필시 농부이거나 농부의 자식임에 틀림없다. 농부의 수고로움으로 자연에서 얻은 귀한 농산물이 사람의 몸을 얼마나 이롭게 하는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성면 토박이 농학박사
“공장이 있는 이곳이 제 고향이에요. 제1공장은 아버지 집과 제가 살던 집을 헐어내고 논 한가운데 지은 거죠.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농사를 지었고 지금도 직접 친환경 농사를 지어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으니 저는 지금도 여전히 농부인 셈이죠”
오성면에서 평택 쌀을 가공해 항공 기내식은 물론 스타벅스와 홈플러스·뚜레주르·농협하나로마트 등 굵직굵직한 곳에 50여 품목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미듬영농조합 전대경(45) 대표는 농학박사이자 중소기업 대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수줍은 표정으로 말문을 연다.
“경기도에서 제일 큰 평택 오성평야에 공장을 짓는 건 특별한 상징성을 갖고 있죠. 공장이 들어서게 되면 주변에서 불편한 사항이 많을 텐데도 마을사람들이 큰 민원 없이 공장 신축을 허락해주신걸 보면 참 감사하죠. 그건 저 역시 같은 농사꾼이니까 가능한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대경 대표는 농민들이 이론적인 부분에 취약해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농사도 이론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일념에 박사학위까지 받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이젠 4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어엿한 중소기업 대표지만 제품 연구나 기획·영업 등을 혼자서 전부 도맡아 하는 건 얼핏 겉으로 봐선 잘 드러나지 않는 그의 숨은 열정때문이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디자인 개발
“라이스칩은 우리가 흔히 접했던 쌀 과자예요. 저는 다만 그 쌀 과자에 자색고구마나 단호박을 배합하고 소포장해서 먹기 좋게 하는 작업을 했을 뿐이죠. 제가 만든 대부분의 제품들이 전부 그런 식이에요. 무엇보다 소비자의 욕구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일이 관건인 것 같아요”
전대경 대표는 오는 11월에 20가지의 신제품들이 출시된다는 말을 넌지시 들려준다. 그중 하나가 불린 콩을 비닐에 소포장한 것으로 밥을 지을 때는 냉동실에서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고 샐러드 위에 넣어 먹거나 간식으로 먹을 때는 특허 받은 비닐포장을 뜯지 않은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돌려 1분 30초 만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편리하게 만든 제품이다. ‘미듬’이라는 회사 이름이 서로간의 믿음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은 것인 만큼 믿음을 주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그의 기업철학이기도 하다.
“쌀과 배는 전량 평택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전국에서도 엄선된 농가에서 납품을 받아 가공하고 있어요. 쌀로 만든 제품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밖에도 고구마·감자·옥수수· 콩·귤 등이 저희 제품의 주 원료로 사용되고 있죠. 첨가물은 거의 안 들어가고 재료를 말리거나 서로 다른 재료를 섞어 제품을 만드는 등 농산물 고유의 맛을 선보이려고 해요”
현재 전대경 대표가 가공용 쌀로 제조하고 있는 과자류는 50여 품목에 이른다. 그중 ‘라이스칩’은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농협하나로마트는 물론 전국 스타벅스와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으로 공급되고 있다. 특히 평택지역 35만㎡(10만 6060평)의 논에서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쌀은 지역 내 초등학교 급식용으로도 납품하고 있다.

수매값 제때 못줄 때 마음아파
“농민들은 벼 수매값을 빨리 받아야 생활에 지장이 없는데 학교 등에 납품하면 대금지급이 바로바로 이뤄지지 않아 11월에 쌀을 수매해도 4월이나 돼야 쌀값을 드릴 수 있어 그때가 가장 마음이 아파요.”
2007년 우렁이농법을 도입한 친환경 쌀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2008년 공장을 지은 뒤 2009년부터 유통을 시작했다는 전대경 대표는 농산물을 활용해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제품들을 시중에 내놓은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누구보다 농민의 마음을 잘 아는 전대경 대표는 미듬영농조합에서 생산하는 제품들로 2010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식품 제조업이라는 게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에도 가끔 돌이나 머리카락이 섞이는데 이런 가공식품에는 자칫 실수로라도 그런 일들이 생기게 되면 정말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제조 과정이나 위생에 더 신경 쓰고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있죠”
대학에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교육에도 마음을 쏟는 전대경 대표, 자연 속에서 땀 흘려 농사짓는 농민의 마음을 담아 제품을 출시한다는 그는 ‘농산물 가공품도 이제는 디자인 시대’이며 시대적인 흐름을 따라가면 농민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전하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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