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겨울철새의 텃새화 현상

▲ 겨울철새 기러기의 귀향
새에 관심이 많은 학자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왜 새들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먼 곳까지 오고가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물론 모든 새들이 사는 거처를 옮기는 것은 아니어도 우리가 잘 아는 제비와 뻐꾸기·청둥오리와 기러기 같은 주변 새들은 때를 따라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먼 거리를 옮겨 다니곤 한다.
 

 

▲ 이른봄 번식지를 찾은 여름철새 왜가리
새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새를 분류할 때 모양이나 유전적 특징에 따라, 또는 생활 장소·식성·형태에 따라, 혹은 생활환경에 따라 나누기도 하지만 가장 쉽고 널리 알려진 것은 그들의 이동유형과 연결 지어 텃새와 철새·나그네새·길 잃은 새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일상에 늘 쫓기는 우리들에게 새의 분류와 관련하여 물이나 습지에 살아가는 수조류, 새와 짐승 등 다른 동물을 먹이로 하는 맹금류, 울음소리가 고운 명금류 등의 구분은 다소 낯설고 어렵지만 ‘텃새를 부리다’에서의 텃새와 선거철이면 자주 등장하는 ‘철새 정치인’의 철새 정도는 비교적 귀에 익숙한 편이다.
꿩·참새·박새·까치·멧비둘기처럼 계절이 바뀌어도 이동하지 않고 일정 지역에 연중 살면서 번식하는 새를 ‘텃새’라고 한다면 계절에 따라서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새들을 ‘철새’라 부른다. 이들 중 북녘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추운 겨울을 피해 우리나라를 찾는 새를 ‘겨울철새’, 이른 봄 남녘에서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새끼를 치고 가을철에 월동하기 위해 다시 남쪽으로 돌아가는 새들을 ‘여름철새’라 한다.
새들의 이동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의 여러 학설이 있지만 대체로 추운 지역에 사는 새들이 큰 추위를 피해 먹이와 번식조건이 좋은 곳으로 서식지를 옮겨가던 습성이 유전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으며 이를 ‘먹이설’이라고도 한다.
 

 

▲ 여름철새의 텃새화 쇠백로
그렇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오르고, 겨울임에도 얼지 않는 하천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20여 년 전부터 새들의 이동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더니 지금은 적지 않은 수의 새들이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에 머무는 텃새화 과정을 밟고 있다.
평택을 상징하는 백로, 그리고 같은 과에 속한 왜가리, 해오라기 같은 여름새가 겨울을 앞두고도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은 채 통복천, 진위천 냇가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겨울새를 대표하는 흰뺨검둥오리 또한 평택호물줄기 전역에서 텃새화 과정을 밟은 지 오래되었다.
‘여름철새의 텃새화’ 혹은 ‘겨울철새의 텃새화’ 같은 예전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신조어가 지금은 낯설지 않은 것을 보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이미 주변 자연생태계에 상당 부분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 텃새의 대명사 까치
▲ 겨울철새의 텃새화 흰뺨검둥오리

 

 

 

 
▲ 김만제 소장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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