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초월해 “당선자에게 애정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정장선 의원이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느낌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 막장에 몰려서도 아니고 4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발표된 일이라 평택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겨우 두 달여. 이제 천천히 금배지를 떼는 연습을 하고 있는 정장선 의원을 만나 그동안 금배지를 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후보들을 바라보는 소회에 대해 들어봤다.

총선에 불출마한 결정적인 이유는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일입니다. 정치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를 계속 하는 게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야 했고 그런 뒤에 내린 결론이 정치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권력만이 좋은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어떤 것에 중요한 가치를 두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 그리고 FTA로 인한 국회 내 폭력을 바라보면서 그 결심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불출마에 관한 문안은 한참 전에 미리 만들어놨던 것입니다.

12년간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며 느낀 점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는 동안 일만 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당직자들은 물론이고 기자들도 제게 일중독이라는 말도 했었거든요. 12년 간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무엇보다 평택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평택항 예산을 따오기 위해 애썼던 일이나 농업대책을 만들기 위해 깊이 관여했던 일, 미군 이전에 따른 평택지원특별법에 대한 대표발의, 삼성과 고속전철이 평택으로 내려오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지요.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자리라서 한 인간으로서는 무척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정치성향이 불투명하다는 말들에 대해
그런 말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단순히 정치성향으로 보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성향이며 한나라당의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나  남북문제에 대한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가는 부분을 경계하며 중도를 지향할 뿐입니다. FTA의 경우에도 그에 찬성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책임을 피해선 안 되며 파생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들이 정치성향이 불투명하다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겠지요.

이번 공천에 정 의원이 힘을 썼다는데
저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애썼고 경선과정에도 일체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심위도 관여하지 말고 여론조사로 결정하라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결정은 제가 아니라 위원들이 한 것인데 다들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다보니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공천시스템에도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객관적인 기준에서 분명히 원칙이 제시되고 납득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향후 정치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현재로서는 아무런 계획도 없습니다. 지금은 일정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내나 저나 둘 다 행복합니다. 정치에도 일정부분 거리를 둘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간 겉치레 정도의 봉사를 했었다면 이제부터는 참다운 봉사를 할 생각입니다. 다문화 분들을 직접 만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제도개선에도 힘쓰고 그분들을 위한 책도 펴낼 생각입니다. 신문사 논설위원을 해달라는 요청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거든요.

19대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바라는 점은
초심을 잃지 말고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국회의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스스로에게 계속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권에 관해서는 깨끗해야 하며 그것이 무너지면 전체가 다 무너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에서는 정당을 초월해 당선된 국회의원에게 많은 애정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어’를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걸어서 땅 끝까지’를 쓴 산악인 허영호 씨의 글을 읽으며 산에 올라가는 것 보다 내려오며 더 많은 사고를 당한다는 사실에 인생을 반추하는 정장선 의원, 그는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스스로를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굴러가는 돌에 의해 움직이는 건 사실이지만 때로는 중간 중간에는 이끼 낀 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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