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규모나 숫자로 계산하면
수준과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우수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은
몇 명이 향유했는가 보다
얼마나 높은 가치와
수준을 창출했는가를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시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문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문화는 인문적 소양을 기르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문화를 정치·경제적 개념으로 받아들이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문화로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여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문화콘텐츠를 계발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문화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때는 본래의 취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고 경제적 개념으로 접근할 때는 이윤만이 중요한 가치로 남는다.
평택시의 문화정책은 지난 지방자치선거 이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 평택시장도 선거공약에 테마박물관 건립을 제시하는가하면 몇몇 시의원들도 문화기반시설 확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근래에는 모산골평화공원에 역사사료관을 건립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고덕국제신도시 지역에 박물관과 오페라극장을 건립한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문화발전은 하드웨어 구축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에 담길 소프트웨어다. 문화적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려면 문화를 바라보는 의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필자가 판단하기로 아직까지 평택시의 문화의식이나 정책은 걸음마단계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문화가 가져다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인식부족과 문화를 시민복지차원으로 보다는 정치·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려는 태도다.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지원해야 만 지역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낮다고 생각된다.
복지란 정치적 이해관계나 경제적 이윤보다 향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정신적·정서적으로 만족감을 얻느냐가 가장 중요한 잣대다. 우리가 책을 사거나 영화·공연티켓을 구매하면서 경제적 이윤을 고려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장·도서관·박물관·공원과 같은 공공문화시설을 건설하면서 이윤보다는 시민복지를 우선하는 것, 우수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하면서 숫자놀음에 빠지지 않아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필자는 얼마 전 평택시립도서관의 문화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거리를 두는 사이 유익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었다. 필자가 놀라움을 표시하자 도서관 관계자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조금씩 발맞춰 가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현 단계 평택시민들의 문화의식과 욕구는 하드웨어나 규모에 열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를 적극 제안하고 실행하는 단계에 와있다. 문화에 대한 다양한 욕구, 질 높은 문화에 대한 갈망도 대도시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 하지만 평택시의 문화정책 방향과 집행을 결정하는 책임자들, 이것을 심의하는 정치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문화행사의 가치나 질보다 규모나 숫자에 집착하는 태도도 여전하다.
문화를 규모나 숫자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수준과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때때로 우수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은 몇 명이 향유했는가 보다, 얼마나 높은 가치와 수준을 창출했는가를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할 때가 많다. 평택시가 수 억 원의 돈을 들여 일회성 대중가수 공연을 개최하고도 비판을 받는 것은 지역문화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올 가을 평택시에서도 많은 문화예술행사가 개최되었다. 행사 하나하나에는 기획하고 준비한 관계자들의 땀과 지혜가 담겨 있다. 그들의 노고가 좀 더 알찬 열매를 맺으려면 관계당국의 문화를 보는 안목이 좀 더 세련되어야 한다. 문화를 경제적 가치가 아닌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해주는 매개로 인식해야 한다. 작지만 가치 있는 문화행사, 수준 높은 프로그램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 하루 빨리 평택시민들의 문화·복지수준이 전국 최고라는, 그래서 살맛난다는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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