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기/화가

고덕 동고리 구 마을회관 유쾌한 벽화
평택민예총 벽화 사업, 삶의 현장 채색

 

▲ 임연기/화가

국내 유명작가의 그림 한 점이 100억 원대를 넘어가는 시대다. 그래도 미술관은 멀고 화랑은 일반인들과는 무관한 곳이다. 고단한 삶은 그림을 보러 갈 마음의 여유조차 빼앗아버렸다. 그런 때 삶의 현장을 채색하고 못다 꾼 꿈으로 마을을 채워주는 마을벽화 그리기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미술로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우고 위로하는 임연기 화가를 만나 벽화작업의 즐거움과 공공미술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 벽화가 그려진 장소는?
이번에 벽화작업을 진행한 장소는 고덕면 동고리로 ‘대안문화공간 루트’가 자리한 조그마한 시골마을이다. 벽화는 원래 마을 초입에 위치한 정수조 건물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언제 철거가 될지 모른다는 이장님의 충고와 추천으로 구 마을회관 건물을 벽화가 자리할 건물로 선정했다. 높이 4m, 넓이 8m에 이르는 벽화를 6일에 걸쳐 완성하고 보니 오가는 사람도 많고 눈에 잘 띄는 장소여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 벽화의 콘셉트는?
벽화는 마을 풍경에 스며들 수 있도록 소박함을 담으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현대적인 요소를 융합해 유쾌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벽화 왼쪽에는 동고리에 특히 많은 강아지를 배치하고 그림 양쪽에 배꽃도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벽화의 가운데 자리한 소에게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씌웠는데 한 쪽 안경알에는 평택의 너른 평야모습을 다른 쪽 안경알에는 별들이 무수히 박힌 평택 밤하늘을 배치했는데 보는 사람마다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 벽화작업은 이번이 처음?
서울에서 활동하다 2010년 평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같은 해 창립한 평택민예총 미술분과에 가입하게 됐다.
평택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 영역을 확장하고 소통하는 주체로 활동하는 평택민예총은 시의 지원을 받아 공공시설 벽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평택 정착 후 꾸준히 사업에 참여했으니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건 3~4년 정도가 된다. 그 동안 신장2동의 마을회관과 서정리초등학교·복창초등학교·평택호관광단지 등 지역 곳곳에 벽화작업을 진행했다.

- 벽화작업만의 즐거움은?
캔버스에 그리는 작업은 본인의 작품 활동이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힘에 부치기도 한다. 반면에 벽화작업은 모두와 나누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벽면을 정돈하는 몸을 쓰는 작업부터 작품 완성 후까지 전 과정이 즐겁기만 하다. 주민들도 그림을 반기고 벽화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화사하게 변하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작업이다.

- 대중을 위한 미술, 공공미술?
원래 서민들의 그리는 작품 활동과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그림 작업을 쭉 해왔기 때문에 벽화작업에 대해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주변 환경이 깨끗해지는 것도 좋고 오며 가며 사람들이 그림도 감상할 수 있으니 벽화 하나가 많은 변화를 함께 가지고 온다고 생각한다.
개발에서 소외된 칙칙한 골목길을 환하게 바꾸고 벽화를 매개체로 이웃 간의 소통도 늘고 정도 나눌 수 있다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보람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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