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는
아이들만을 낙인찍고
줄 세우기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마저도 나누고
특정 지역을 ‘섬’으로 만든다.
전국 고등학생의 약 75%가
고교평준화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우리지역만이 비평준화로 인해
고통 받게 할 수는 없다

 

 

 
▲ 김기홍 운영위원
평택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분과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평택에서는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에 마케팅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평택의 명문학군이 밀집된 비전동과의 인접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설이 소사벌지구 B7, 8블록에 5월 분양예정인 ‘소사벌 ○○아이비파크’는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을 반영해 단지 내 별동 학습관을 설립하고, 전문교육기관과 연계한 고교생들의 수능준비와 내신 향상을 위한 교과학습 프로그램 홍보에 열을 쏟고 있다’

위 내용은 누리집에서 ‘평택고교평준화’를 검색할 때 나오는 모 언론사의 기사내용이다. 우리 평택은 다른 지역처럼 고등학교 진학 시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추첨배정에 의해 공립이나 사립 고등학교로 학생을 배치하는 고등학교 무시험 추첨전형이 아니다. 즉 ‘고교평준화지역’이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 시 경쟁선발을 해야 하는 ‘비평준화지역’이다.  내신 성적이 낮은 학생은 집 앞에 바로 고등학교가 있어도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통학을 해야 한다.
때문에 초등학교 진학 때부터 ‘입시 전쟁’이 시작된다. 명문학교로 불리는 인근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아이들은 입시학원으로 내몰린다. 당연히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비 지출은 늘어나게 되고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경쟁적인 입시교육을 받다보니 고교평준화 지역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써야 할 에너지를 중학교 때 이미 소진한 상태가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준화 지역 학생들에 비해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진학이 중학교 내신 성적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학생 본인의 적성을 살리는 진학이나 진로 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들로 고등학교가 서열화 되고, 고등학교는 대학진학 성과를 내기 위해 소수 학생들에게 학교 자원을 배정하는 ‘비정상’이 나타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설 회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할 때도 비평준화지역인 우리 평택지역의 고교입시를 겨냥해 아파트가격 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듯 고교입시는 아이들만을 낙인찍고, 줄 세우기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마저도 나누고 특정 지역을 ‘섬’으로 존재하게 만든다.
현재 경기도 내에는 수원·성남·고양·부천·안양·과천·의왕·군포·광명·안산·의정부지역에서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용인지역까지 확대된다. 인근지역인 천안은 내후년인 201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고 오산·화성·구리·남양주지역에서도 고교평준화 요구가 거세다. 전국에 있는 고등학생의 약 75%가 고교평준화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우리지역에 있는 52개 초등학교, 4개 분교, 24개 중학교, 20개 고등학교만이 비평준화로 인해 고통 받게 할 수는 없다.
한국 학생들이 문제 해결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상위권에 오른 ‘2003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피사 2003)에서 실무책임자인 베르나르 위고니에(57)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국 부국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을 통해 한국의 평준화 정책이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연구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 역시 고교평준화가 되어있다는 사실도 우리지역에 고교평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 중 하나다.
고교평준화를 위해서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통학거리 단축을 위한 시내 교통체계 개편, 학교 간 교사·시설격차 해소 등을 진행해 나가게 되므로 이러한 문제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다행스러운 점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공약 사항 가운데 하나가 ‘고교 평준화 확대’였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지역의 학부모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고교 평준화를 위한 논의와 토론을 진행해 나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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