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라는
또 다른 폭탄도 있으니
요즘처럼 농민들 마음이
심란할 때가 있을까.
“내년에 당장 무얼 심어냐 하나”
하는 것은 모든 농민들의 걱정이다.
정부는 대답해야 한다.
“농민들이 대체
무얼 심어야 하나요?”

 

▲ 최재관 발행인
식량닷컴
요즘 여의도는 아스팔트 농사로 분주하다. 축산 농가들은 열흘이 넘도록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영연방 FTA를 반대하기 위해서다. 영연방이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들, 호주·뉴질랜드·캐나다를 의미한다. 일일이 이름을 나열하기도 머리아픈지라 영연방으로 통칭하고 있다. 영연방 국가들은 모두 축산에 강한 나라들이다. 쇠고기에 붙게 되는 관세 40%가 향후 15년에 걸쳐 철폐된다고 하니 지금도 수입산 쇠고기의 가격이 훨씬 싼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막막할 따름이다.
축산단체장들의 단식농성장 옆에는 한중FTA를 반대하는 집회준비로 한창이다. 한중FTA는 우리 농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다. 농민들은 한중 FTA가되면 산동성의 배추가 해남의 배추보다 더 빨리 서울에 도착할거라며 걱정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주요 농산물을 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예외로 했다고 성과적이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온다. 배추가 예외로 된다고 해도 김치는 예외가 아니다. 배추·고추·마늘·생강 등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농산물은 망하게 되어있다. 농업 연구기관들은 향후 15년간 29조원의 농산물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는 쌀의 전면개방에 따른 피해규모에 대한 전문가 포럼이 진행되었다. 채소의 재배면적이 1%가 늘어나면 가격은 5%가 하락한다는 통계치를 보여 주었다. 쌀을 0.3%만 포기해도 채소 재배면적이 1%가 늘어나고 결국 그 피해액은 35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1990년부터 10년간 논에 밭작물 재배는 0.5% 증가했다. 2001년부터 10년간은 비율이 1.7%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2010년에서 2012년에 2년간에 걸쳐 3.1%로 작목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쌀 전면개방에 대비해서 쌀 농가들이 논에 하우스나 축사를 짓기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쌀 전면개방으로 쌀농사 포기와 작목전환으로 인한 채소 과잉이 농산물 가격폭락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한중 FTA라는 또 다른 폭탄을 받고 있으니 요즘처럼 우리 농민들의 마음이 심란할 때가 있을까. 풍년기근이라는 말이 있다. 풍년이 들수록 일은 많아지는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해서 흉년이 들어 가격이 좋을 때보다 수입이 좋지 못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풍년보다 태풍이 오기를 바라고, 태풍이 어디 한군데 두들겨 줘야 제값을 받는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렸다. “내년에 당장 무얼 심어냐 하나”하는 것은 모든 농민들의 걱정이다. 정부는 대답해야 한다. “농민들이 대체 무얼 심어야 하나요?” 
‘이제 무슨 농사를 지어야 되나’ 고심하는 말에 ‘그 나이에 다른 거 뭐 할거냐’며 한잔 권한다. ‘이제 죽을 날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소주잔을 기울이지만 노인네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오는 20일 농민대회에 가자는 말에 다리가 아파서 많이 걸으면 못 간다고 하신다. “서울시청 바로 앞에 내려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함께 가세요” 달은 둥글게 뜨는데, 밤이 깊을수록 농민들에게 희망의 새벽은 가까워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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