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내 삶의 모든 것이죠”

 

치매 시모 돌보는 며느리, 효부상 받아
활발한 사회생활로 다문화 편견 깨뜨려

 
서로 다른 성장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일반가정과는 달리 언어·문화까지도 모든 것이 다른 다문화가정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이후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때문에 다문화가정이 하나의 온전한 가족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동원돼야만 한다.

스물다섯, 한국인과 결혼하다
“스물다섯 되던 해에 한국으로 건너와 교회에서 저보다 열 살 더 많은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남편은 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어도 안 통하는 나이어린 제게  엄마 같은 따뜻함을 느꼈대요”
가천문화재단이 시행한 ‘제16회 심청효행대상 전국공모’에서 다문화 효부상 부문 본상을 수상한 일본인 나까노 메구미(39) 씨는 낯설고 물 설은 타국으로 건너와 힘든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건 무뚝뚝하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남편의 진심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남편은 말도 없고 무뚝뚝한 편이지만 그래도 제가 다문화행사에 나가 공연을 하면 바빠서 안 온다 하면서도 몰래 찾아와 숨어서 제 공연을 보고가곤 해요. 그리고 제게 좋은 일이 생기면 말없이 꽃을 쓰윽 밀어놓고 가기도 하죠. 대놓고 표현은 잘 못하지만 남편은 그런 점이 참 멋있어요”
메구미 씨는 남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빛이 빛나면서 저절로 행복한 미소를 띤다. 결혼한 지 벌써 햇수로 14년, 결혼 후 줄곧 모시고 살며 친엄마처럼 믿고 의지했던 시어머니가 7년 전부터 치매증상을 보여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아는 이 하나 없는 타국에서 그녀를 이해하고, 지지해주고, 지켜주는 든든한 슈퍼맨은 바로 남편이었다고.

치매 시어머니 손과 발이 되다
“저는 어려서부터 친구보다는 어른들과 얘기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시어머니도 처음부터 저를 무척 예쁘게 봐주셔서인지 함께 사는 것도 큰 거부감이 없었죠. 오히려 저를 힘들게 했던 건 결혼 초기에 단순히 일본인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저를 오해하셨던 친척들이나 동네 어르신들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모두 제 마음을 아시고 응원하는 분들이 되셨지만요”
일본에서 간호 분야를 전공했던 메구미 씨는 둘째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어머니의 치매증상을 알아차렸고 한다. 상한 음식을 본인이 먹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까지 먹이고, 밖에서 온갖 쓰레기들을 주워오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7년여를 시어머니를 돌보며 한결같이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 지냈으나 점점 치매증상이 심해지자 얼마 전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요양원에 모시고 대신 아이들과 함께 매일 요양원을 찾아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 자식도 하기 힘든 메구미 씨의 변함없는 일상은 요양원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머니가 평소 조용하고 말이 없는 분이었는데 치매에 걸리고 나니 작은 일에도 분노하는 성향으로 바뀌셨어요. 그런데 요양보호사 분들 얘기로는 시어머니가 아무에게나 화내고 큰소리 내다가도 저만 오면 얌전해진다고 하더라구요. 제 친정엄마나 주변 친구들은 치매 어머니와 어떻게 한집에서 사느냐고 내게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힘들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어머니한테 많이 의지하면서 살았거든요”
메구미 씨네 가훈은 ‘웃음이 넘치는 가족’이다. 그리고 그 화목한 가족의 중심에는 언제나 동분서주 가정을 챙기고 사회 속에서 자신과 똑 같은 처지의 다문화가족을 위해 상담사 역할을 자처하며 자원봉사와 일본어 강의에 매진하는 ‘똑순이’ 같은 메구미 씨가 있다.

가족 하나로 엮는 건 엄마 역할
“큰 딸이 유치원 들어가면서부터 사회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 속에서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제 모습을 아이들이 많이 좋아해줬죠.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에서는 엄마가 학교에 가거나 사회 속으로 나가는 걸 싫어하는 경향이 많거든요.”
메구미 씨는 짬이 날 때마다 가족과 1대 1 데이트를 즐기며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때 얻은 가장 소중한 성과는 바로 아이들이 엄마의 사회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이었다고.
“결혼 생활하며 힘든 점이 있어도 일본에 있는 친정엄마한테는 잘 말하지 않는 편이에요. 내 가족의 일은 내 스스로 잘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제가 아플 때가 제일 싫어요. 가족을 하나로 엮는 건 엄마의 역할인데 제가 아프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으니까요”
다문화가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으로 언어를 배우는데 가장 중점을 둬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메구미 씨, 시어머니 얘기를 하는 동안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하던 메구미 씨는 다문화의 좋은 점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항상 신혼 같은 느낌이 나는 점이라고 말하며 이내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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