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고욤나무

부락산 성불사의 고욤나무
아이들과 함께하는 숲 생태 교육에서 전해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면 숲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에 대한 지식보다는 ‘숲 속 구성요소들의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숲 생태(生態)’란 숲 환경 안에서 동·식물과 미생물 군집들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복합체를 이루고 이 안에서 생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뿐 아니라 주위 환경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가는 틀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5월 하순에 핀 고욤나무 꽃
진위천 들판에서 큰 키로 자라고 있는 구릿대, 무봉산 숲에서 작은 키로 자라고 있는 산초나무, 그리고 근내리 마을 숲에서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는 팽나무가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생태교육에서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뒤에 가려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과 관계를 미처 전하지 않는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 즉 군집을 이루어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서식지를 이룬 것을 ‘비오톱’이라 한다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공간 안에서 산형과 식물인 구릿대는 산호랑나비와, 운향과의 산초나무는 호랑나비와, 느릅나무과의 느티나무는 산림성 나비인 홍점알락나비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5월 하순에 핀 고욤나무 꽃
서리가 내려 땅위에 푸른빛이 거의 자취를 감출 무렵에 부락산 성불사를 찾았다.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산수유 열매를 기억하며 찾은 곳이지만 붉은빛의 보석은 보이지 않고 먹음직한 홍씨를 남겨둔 감나무와 야생의 감나무라고 하여 사람보다는 주변 동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고욤나무가 많은 열매를 매단 채 절 앞쪽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남겨진 10월의 고욤나무 열매
혹 주변에 큼직한 고욤나무 몇이 자라고 있다면 주변 산새들에게는 이만한 행운이 없을 것이다. 서리가 내려 바닥이 하얗게 변하거나 한겨울에 내린 눈으로 숲 전체가 눈 속에 묻혀도 걱정하지 않음은 나뭇가지에 촘촘하게 달려있는 고욤이 오랫동안 굶주린 산새들에게 너무도 훌륭한 밥상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없을 때, 혹은 단백질 먹이로부터 종자 먹이로의 전환에서 오는 부적응과 보다 열량이 높은 먹이가 넉넉하게 요구될 때, 부락산 어디에도 고욤만큼 요긴한 양식은 없다. 사람에게는 혹 감나무의 대목으로 쓰이는 정도라 평가 절하되는 면이 있었을지라도 이맘때 주변의 생명 있는 것들과 이만큼의 역할을 하는 나무는 부락산에도 흔치 않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고욤나무 열매

부락산문화공원 조성공사로 어수선한 주변만큼 성불사를 찾는 산새들의 소리 또한 작지는 않지만 고욤나무 주변으로 바쁘게 살아 움직이는 그들의 날갯짓 속에서 부락산 숲의 건강함은 오래도록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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