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담임이 되어 매일
소금장수와 우산장수를 아들로 둔
어미의 심정을 느끼고 있다.
‘대학’이 뭐 길래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힘겹게 하는지 원망도 했다가
그래도 우리 아이들 인생에서의
첫 번째 ‘진지한 성장’이 될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 박제은 교사
현화고등학교
‘고교 새벽 소소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것이 곧 겨울이다. 작년 이맘 때 쯤엔 아이들과 연극준비로 한창 바빴는데 올해는 고3 담임이 되어 매일 소금장수와 우산장수를 아들로 둔 어미의 심정을 느끼고 있다. 사실은 합격한 친구들을 보며 내가 붙은 듯 기뻐하고, 불합격한 친구들은 뜨겁게 포옹하며 격려의 눈물을 흘리는 일이 참 어렵고 싫다. ‘대학’이 뭐 길래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힘겹게 하는 것인지 원망도 했다가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서의 첫 번째 ‘진지한 성장’이 될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참 힘들었던 일 년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한 지 꽤 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고3 담임을 회피하던 차에 올해는 피할 도리도 변명도 없어 담임을 맡고 말았다.
글을 의뢰받고 고민하기 시작한 화두는 ‘고3’의 의미다. 우리 사회에서 ‘고3’의 의미는 무엇이고 ‘고3 교사’로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았다.
첫째, ‘고3’은 ‘서열과 경쟁 위주의 우리 사회를 향한’ ‘첫 번째 입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현실에 기쁘게 동의하지 않는 1인이었기에 성적 위주의 상담을 하고,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하며 참 많이 힘들어 했다.
둘째, ‘고3’은 19년이라는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세워 보는 ‘자기성찰’ 및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란 생각이다.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부터 출발하여 비록 성적을 토대로 하기는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며 그렇다면 자신의 성적과 적성에 적합한 커리큘럼과 교수진이 있는 학교는 어디인지 또한 학생 스스로 탐색해야만 한다. 물론 담임교사의 조언과 추천이 있기는 하나 최종적인 결정과 선택은 학생이 해야만 한다.
셋째, ‘고3’은 무엇보다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학업스트레스와 경쟁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극복하고 때로는 갈등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 모든 과정과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한 편의 성장 드라마. 담임교사의 마음이야 그 성장의 드라마가 모두에게 해피엔딩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반 아이들도 몇 번의 ‘삐걱거림’을 통해 한 뼘은 성장한 것 같은 것은 다 이런 과정을 견뎠기 때문이 아닐까?
연일 수능오류문제가 뉴스에 오르내리고 공무원연금 문제도 시끄럽다.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의미로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참 끊임없는 관심을 쏟아 붓는 나라라는 건 확실한 요즘이다. 그 시끄러운 현장에서 매일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있는 나는, 말로는 지쳤다하지만 사실은 나는 요즘도 아이들이 참 좋다. 힘든 고3 담임을 보내고 나니 더 그렇다. 내게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고, 조금만 내밀면 고마운 마음에 화들짝 내게 뛰어오는 그 모습들이 참 좋다.
그래서 올해를 보내며 한 뼘쯤 더욱 성장해 졸업시킬 꽃보다 아름다운 내 제자들을 보며……. 어쩌면 이 아이들만큼, 혹은 이 아이들보다 더욱 예뻤을 ‘세월호 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래도 이렇게 아파하며 또 한 뼘 성장하는 것이 나의 ‘성장의 몫’이란 걸 안다. 그래서 또 힘을 내고, 그래서 또 설레며 교실을 향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내가 참 좋아했던 ‘마왕’ 신해철의 말을 인용하여 말해줄란다.
이 힘든 시대에 우리 ‘아프지만 말자고’. 멋드러진 대학 못 가도 살아볼 만한 인생이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큰 욕심 없이 그저 오늘을 건강히만 살아보자고 말이다. 특히, 현화고 3학년 8반 말썽쟁이들~~ 어디 가든 행복해라. 힘들긴 했어도 너희들과 함께여서 즐겁기도 했던 일 년이었어. 영원히 사랑한다. 너희들의 청춘을 겁나게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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