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있다

 

경제대국 대한민국
그 눈부신 발전을 위해
뼈와 살을 깎아
이 나라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1등공신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비극의 날입니다.
법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요?
도대체 법은 누구 편인가요?

 

 

 

 

남자가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큰 불행은 무엇일까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일까요? 한 지붕 아래서 살을 붙이고 살던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난 것인가요? 자식을 앞세운 것인가요? 아닙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남자, 부모님을 모시고 아직 독립하지 못한 아들과 딸, 사랑하는 아내와 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남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가장 큰 불행은 바로 할 일이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남자에게 일터를 잃은 것은 세상을 살며 만난 가장 큰 슬픔이 되는 것입니다.
2014년 11월 13일 2009년 쌍용자동차 회사 측에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면서 시작되어진 노동자 탄압으로 쫓겨난 억울하고 원통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그 해 법원에 낸 해고무효소송을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이 나라 노동계의 꿈과 희망을 짓밟은 날입니다.
OECD 국가 가운데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 대한민국 그 눈부신 발전을 위해 뼈와 살을 깎아 이 나라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1등공신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비극의 날입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고무효소송 원심파기. 법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요? 도대체 법은 누구 편인가요?
이정재·임화수… ‘정치깡패가 판을 치고 다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고 했던 무법천지 자유당 시절이 멸망한지 반세기도 더 지났지만 그렇습니다. 여전히 법은 멀고 돈은 가깝다, 끼리끼리 돌아가며 나눠먹는 권력의 횡포에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에게 법은 아득하기만 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 장사가 잘 안되네요. 주말이면 가족들이 함께 손잡고 나와서 외식을 하느라 주말이면 앉을자리가 없곤 했는데 이제는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파리만 날려요. 가족단위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니까요...!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해고사태가 일어난 뒤 평택시내 음식점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장사가 안 된다 한들 직장을 잃은 이웃의 고통을 알기에 한시바삐 해직자들이 일하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갈 날을 함께 기다렸습니다.
그나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일터를 잃은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처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평택 시내가 오랜 기간 침통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그 나라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줄을 서지 않아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길게 줄을 서 있어도 그 사람들은 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제일 앞에 가서 제 볼 일을 보더라구요.

1970년대 뜨거운 사막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기술자로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안하무인식 처신을 야만이니 문명이니 하고 따지기 이전에 그 사람들의 민족적 자긍심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우리 민족은 우리가 보호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나라 제 국민을 홀대하고, 천대하고, 박대하는 어리석은 민족’ ‘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많은 나라’ ‘전쟁이 나면 백성들을 내팽개치고 저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정치인들’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2009년부터 지난 5년간 직장을 잃은 마음상처를 가누지 못해 또 일자리를 잃고 고통 받는 가족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25분이 정든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그 사이 선거 때가 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자들, 하다못해 지방자치 의원이 되겠다고 권력에 눈이 먼 자들이 표 구걸을 위해서 해고노동자 가족들을 찾아와 어떻게 해서든 복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떠벌였지만 그간 달라진 것이라곤 그 동안 다 낡고 헤어져 겨울 찬바람에 펄럭이는 농성장 천막뿐입니다.
지나간 시간 평택에서 국회의원을 연거푸 지낸 어느 의원이 ‘H’ 자동차를 타고 으시대며 다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국회의원은 저를 뽑아준 지역구에 ‘예산폭탄’을 퍼붓겠다며 호언장담을 했고 또 실제 그런 공약이 실행되고 있는 판국에 제가 책임져야 할 지역구에서 생산되는 ‘쌍용자동차’ 타기를 외면하는 국회의원이 어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고통을 알 것인지요?
그런 국회의원을 뽑아놓은 평택시민과 또 그렇게 ‘몰상식한’ 처신을 하고서도 평택에서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 모두가 다 이 시기에 새롭게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깊이 반성해야 할 일일 것이지요.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무효소송 원심파기로 지난 2월 고등법원에서의 승소로 한 동안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던 해직된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아마 북풍한설 칼바람도 이 보다 더 매섭지는 않을 것이지요.
그런데 대법원에서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파기환송심’이 내년 봄이나 되어야 결과가 나올 수 있다니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들이 맞을 올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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