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100여년 전통방식 이어가야죠”

 

삼촌·조카 대 이어, 국수의 산 증인
국수 반죽 소금 타는 비율 1급 비밀


 
이제 국수는 가까운 슈퍼에서 사다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시장에 나간 부모님 장바구니 속에는 시장에서 직접 만든 국수 한 관, 두 관씩 들어 있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식탁에는 맛있는 국수요리가 등장해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곤 했다.

잘나가던 통복시장 터줏대감
“예전에 일이 많을 때는 일하는 사람이 주인까지 합쳐 열 명도 있었어요. 요즘이야 예식장에서 뷔페음식을 하지만 예전에는 모두 잔치국수를 했잖아요. 잔칫집으로 들어가는 국수가 제일 많았는데 잔치국수는 사리를 만들어야 해서 길이를 조금 더 길게 잘랐죠. 그때는 집에서도 국수를 많이 먹던 때여서 찾는 손님들도 많았어요”
통복전통시장에서 대를 이어 ‘서림제면’을 운영하고 있는 최기원(56) 대표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삼촌이 하던 제면소를 보면서 자랐다. 이북 사람이던 한봉진 씨가 통복육교 쪽에서 제면소를 할 때 삼촌이 그곳에서 제면 기술을 배우다 가게를 인수해 현재의 자리로 옮겼고 1996년 결혼과 동시에 조카이던 최기원 대표에게 제면소를 물려줬다. 현재의 자리에서만 60여년, 이전 내력까지 합치면 서림제면의 역사는 거의 100여년이 되는 셈이다. 
“옛날에는 소면이나 우동면을 많이 만들었고 내가 가게를 맡은 뒤로는 소포장을 많이 했죠. 그런데 방부제 처리를 전혀 안하니까 반품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점점 운영이 힘들어지더라구요. 면의 길이는 직접 조정할 수 있는데 대나무로 만든 칼로 자르다가 지금은 기어를 만들어서 자동으로 자르고 있죠”
최기원 대표는 서림제면이 한창 잘 되던 때는 평택사람 중에 ‘서림제면’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공장장 1급 비밀은 ‘반죽 염도’
“삼촌에게 가게 인수 제의를 받고나서 국수 빼는 기술을 혼자 틈틈이 익혔죠. 밀가루도 뒤집어쓰고, 하다보면 국수가 다 갈라지기도 하고,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초창기에는 혼자 고민도 많이 했어요. 다들 퇴근하고 나면 몰래 국수를 만들어봤는데 딱딱해지면 버리고, 또 반죽 돌리고 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거쳤지만 결국 아침에 널어놓은 국수는 몇 가닥뿐이었죠”
최기원 대표는 처음 국수 만드는 기술을 배울 때는 가게에 있던 기술자들이 기술을 안 가르쳐줘서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혔다고 말한다. 그리고 20여년이라는 시간을 국수와 함께 살고 있지만 공장장은 지금도 국수 반죽을 할 때 소금 타는 비율을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큰 소리로 웃는다.
“비오는 날하고 햇빛이 강한 날 소금 타는 비율이 달라요. 염도가 안 맞으면 국수가 빨개지거나 말려 올라가거든요. 공장장은 소금을 탈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바가지에 소금을 담아 눈대중으로 타는데 그게 바로 기술이죠. 날씨에 따라 염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장장은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하늘을 보며 나오는 게 습관이에요”
최기원 대표는 현재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국수를 만들고 있다. 소면과 중면·칼국수면·쫄면·우동면·냉면 등 다양한 국수를 뽑아내고 있는 서림제면은 수요가 줄어든 것도 힘든 점이지만 무엇보다 밀가루 가격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는다. 예전에는 평균적으로 20kg 밀가루 한 포대에 700~800원 이었지만 지금은 2500원 정도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추억이 담긴 국수, 전통 고수해야
“국수를 한번 뽑는 양이 700관 정도인데 나흘을 말리고 포장까지 하면 일주일 정도 걸려요.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국수를 뽑죠. 옛날엔 옥상에 널어 말렸지만 지금은 건조장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서 건조를 해요. 생각해보니 추억도 참 많네요. 손님이 두고 간 돈을 찾아준 적도 많고 도둑이 들어서 국수를 모두 망쳐놓은 기억도 있구요”
최기원 대표는 잠시 옛 추억에 잠긴다. 한번은 1톤 화물차에 국수를 잔뜩 싣고 배달을 갔는데 도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오는 바람에 국수가 다 젖어서 근처 소먹이는 집에 주고 온 적도 있다. 그 모습이 안 돼 보였는지 농장 주인이 콩 한 됫박을 주었는데 그게 바로 국수 한 트럭이 콩 한 됫박으로 변한 아픈 추억이다.
“옛날부터 단골인 분들은 지금도 시장에 나오면 꼭 들러서 국수를 사곤 해요. 전통방식을 고수하니까 구수한 맛이 더 많거든요. 아들이나 며느리를 대신 보내기도 하는데 옛 맛을 못 잊어 찾아오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하는 동안에는 계속 전통방식 그대로 국수를 만들려구요”
판로도 줄고 재료의 단가도 안 맞아 힘들지만 여전히 전통방식 그대로 국수를 만들고 있는 서림제면의 최기원 대표, 이젠 물려줄 사람도 없다고 아쉬워하는 최기원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편리하게 변하는 현대화도 좋지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우리의 귀한 추억을 대체 어떻게 지켜가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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