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위해 토끼사업 시작했어요”

전공을 사회 환원 위해 새로운 사업 도전
노후의 삶은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책임

 
퇴직을 앞두었거나 노후를 코앞에 둔 이들의 불안은 크다. 특히 의학이 발달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경제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미처 그런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노인들의 삶은 이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푸른평택21 서경덕(64) 회장은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퇴직 후의 삶을 누구보다도 알차고 내실 있게 준비해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퇴직 후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어 활동하고 있는 한편,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고 축산과 중소가축 번식을 전공했던 평생의 노하우를 살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시범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린토’는 토끼사육과 유통사업
“내가 그동안 배웠던 것들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이 노인문제였습니다.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축산 쪽이라 그 분야에서 생각하다보니 노인 일자리를 위해 토끼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프랑스에서는 3대 핵심과제가 바로 농업과 노인, 그리고 에너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 나라들도 비슷합니다. 그만큼 노인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고 할 수 있지요. 요즘 노인 자살률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노인에게는 일거리와 돈이 있어야 합니다. 토끼는 키우기도 쉽고 환경오염도 적고 순환도 빨라서 노인들에게는 적합한 일자리라 생각했지요”
사회복지 분야와 축산환경에 대해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은 서경덕 회장은 현재 푸른평택21 회장과 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사회활동 보다 교수로 살면서 이론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더 많은 그는 천안연암대학 총장을 마지막으로 28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친 뒤 사회인으로 돌아와 그동안 자신이 쌓아놓은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했지 실제로 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토끼를 키우고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더군요. 지금은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습니다. 토끼고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보양식으로 여겨지지만 유럽 쪽에서는 다양한 요리로 개발돼 유통되고 있습니다. 한방에서도 당뇨병과 담석증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하거나 허약한 체질에 도움을 주는 등 좋은 점이 많은 고기라고 알려져 있거든요”
평택은 도농복합지역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노인이 많다고 말하는 서경덕 회장은 마을별로 토끼를 키우는 농가가 늘어나면 자신은 이후 유통과 판로 쪽을 개척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퇴직이나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토끼사육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토끼는 임신기간이 짧고 고기로 출하되기까지의 기간이 짧아 사업적으로도 효과가 큰 편이다. 특히 토끼 분뇨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퇴비로서도 큰 효용가치가 있어 텃밭까지 활용한다면 자연 순환농업을 할 수 있어 더 좋다고.

퇴직 후 지역융화에 어려움 없어
“학교에서 지낼 때는 거의 온실 속에서 지냈다고 할 수 있지요.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사회에 나와서도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물론 일부러 준비하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학교에 있을 때도 봉사 쪽에 관심이 많아서 로타리클럽에 가입해 활동했었고 교수를 하면서도 지역사회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퇴직 후 정착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 퇴직 전에 방축리에서 4~5년 정도 직접 양계를 했기 때문에 일에 대해서는 겁이 없었지요”
서경덕 회장은 현재 공도읍 진사리에서 토끼농장과 더불어 텃밭에 뽕나무를 키우는 등 다양한 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 물론 농사의 비료로 토끼사육에서 나오는 분뇨를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
“3대 독자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6·25 한국전쟁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폐결핵으로 요양원에 계시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주로 할머니 손에서 컸었죠.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거의 대부분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는데 중학교 시절에 공부 잘하는 친구가 단짝 친구가 되면서 그 친구 옆에서 같이 공부하다 보니 저도 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아마도 그 친구가 없었다면 제가 교수를 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지금도 감사해하고 있지요”
고려대학교 재학시절에 학생회 간부로 운동권이었다는 서경덕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농민들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농림부장관이 되고 싶었다. 때문에 축산과를 나와 다들 증권이나 은행 쪽을 선택했을 때에도 자신은 꿋꿋이 축산 쪽을 고집했다고.

최종 목표는 실버타운 건립
“토끼 농업으로 노인 일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현재의 목표지만 복지재단을 만들어 실버타운을 건립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그곳에서 저도 같이 농사를 짓고 토끼도 키우면서 노후를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서경덕 회장은 노후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현명하게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직 전부터 미리미리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토끼를 사육하며 노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서경덕 회장, 그는 그동안 자신이 연마해온 전문분야를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실천하며 제2의 인생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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