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출발점은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삶과 추억이 담긴 도시와 골목을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만이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201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브라질의 ‘리우데자이네루’는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도시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리우항, 푸른 바다와 드넓은 해변, 기묘한 바위산으로 이뤄진 풍경, 세계 불가사의로 지칭되는 구세주 그리스도(Cristo Redentor)상이 어우러진 도시는 인간이 희구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리우’를 리우답게 하는 것은 200년 동안 브라질의 두 번째 수도였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거리 풍경이다. 이 거리에는 오래된 스페인풍의 건물들뿐 아니라 민중들의 생생한 삶의 터전이었던 빈민가 파벨라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지난주 수요일 ‘<평택시사신문> 창간3주년 기념식’에서 공재광 평택시장은 의미 있는 축사(祝辭)를 했다. ‘평택지역에 미군이 주둔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그만의 독특한 문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공재광 시장은 그 자리에서 향후 미군기지촌의 정체성과 미군기지이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기지촌만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계발해야겠다고 말했다. 평택시장의 말은 신장동과 안정리 미군기지촌을 그만의 문화를 표현하고 보여주는 독특한 도시로 재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도시재생’은 일찍이 산업혁명과 도시화를 경험한 서유럽 선진국들이 추진했던 사업이다.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여 흉물스럽게 변한 공장지대와 도시기반시설을 재생하여 슬럼화를 방지하고 도시에 생동감과 상상력과 영감을 불어넣자는 것이 공통된 목적이었다.
19세기 전후 맨체스터, 리버풀과 함께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도클랜드는 그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런던 도심의 동측에 위치하였고 산업발달로 번영을 구가했던 이 도시는 항만산업이 어려워지고 사양 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대량실업자가 발생하면서 수 십 만에 달했던 인구가 상주인구 12만으로 줄어드는 공동화현상을 겪었다.
그러자 대처정권 시절 도시재생의 권위자 피터 홀과 시민들, 지방자치단체가 똘똘 뭉쳐 도시를 바꾸는 사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비록 산업의 쇠퇴로 흉물스럽게 변했지만 무조건 때려 부수고 다시 짓는 것보다는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움과 활력을 불어 넣는 도시재생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 결과 기존의 주요 거리와 건물들이 보존된 상태서 새로운 임대주택과 학교·빌딩이 건축되었고 구 도시의 공장과 거리를 문화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에는 도클랜드 말고도 쓰레기매립장과 오래된 공장, 폐쇄된 고가도로, 낡은 창고를 활용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미술관·박물관·상업시설로 재탄생시킨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으며, 폐허된 청주연초제조창을 국립미술품보관소로 탈바꿈시킨 청주시, 친환경 도시재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도시들의 성공사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도시가 갖고 있는 역사적·문화적· 환경적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통과 현대, 산업과 문화가 조화를 이룬 도시재생을 꿈꿨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그리스·로마시대의 고전연구’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기 것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새로움의 출발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구도심의 슬럼화 방지, 미군기지촌의 활성화 방안에 관심이 많은 평택시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재생’의 출발점은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하며, 과거를 무조건 때려 부수고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좀 불편하더라도 역사와 문화, 삶과 추억이 담긴 도시와 골목을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만이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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