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바라건대
회사는 내 것이 아니라
사회 것이며 노勞와 사社는
 별개의 생명체가 아니라
함께 걸어 나가야 할
손과 발, 머리와 가슴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이 사태가 평화적으로
아름답게 끝날 것을
간절히,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금 온 나라에 ‘땅콩’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것이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 것도 부족했던지 250명이나 탄 비행기에서 온갖 횡포와 추태를 부리며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무장을 비행기 밖으로 내팽개친 동·서양을 아울러 전대미문의 악질적인 만행을 저지른 사건이지요. 신분경계가 뚜렷해서 양반과 상놈이 한 자리에 앉을 수도 없었던 조선시대 계급사회에서도 이런 악행은 드문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로써 이즈음 우리 세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갑甲질’이 저지르는 횡포가 얼마나 극악스러운지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지요.
이 ‘갑甲질’은 학교도 마찬가지여서 불법회계 조작을 통해 공금유용을 할 것인가를 연구하든지 아니면 시시때때로 교사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염탐해서 학교운영에 불평불만을 가진 교사들을 불러다가 사표를 쓰게 하겠다는 위협을 가하는 일로 시간을 보냅니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서 대학에서는 취업이나 연구에 목줄을 쥐고 있다는 명분아래 연구랍시고 연구 지도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금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던지 여학생들에게는 온갖 성추행을 계속해도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만연해 있습니다.
하긴 ‘찌라시’가 판을 치는 이 나라는 과연 국가國家가 맞는 것인지를 의심하게까지 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문건유출 사고에 대해 ‘찌라시’라고 규정을 지으며 법法 위에 군림하려드는 권력남용.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니 이 나라 정치가 여與든 야野든 한통속이기는 매양 마찬가지입니다.
드디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다시 일어섰습니다.
2014년 12월 13일 아침 채 세상이 어둠속에서 깨어나기도 전인 새벽 4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쌍용자동차 회사 내에 있는 70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이지요.
일기예보에 오늘 오후에는 큰 눈이 내리며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랍니다. 하지만 이제 평택에 내리는 눈은 낭만의 눈이 아니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70미터 높이 굴뚝은 아마 최소한도 지상보다 3도 이상 더 기온이 낮을 것이며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한 체감온도는 분명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곳보다 10도 이상 차이가 날 것이지요.
그런데 오직 해고노동자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파멸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최후의 선택으로 70미터 굴뚝 위에 올라간 두 사람의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을 지켜보는 두 분 가족의 마음은 칼로 도려내듯 아플 것이며 두 분 가정의 자제들이 겪을 고통 또한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지요.
그런데 그 아침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 분이 또 밝은 세상도 보지 못하신 채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26번 째 희생자가 되신 것입니다.
- 모든 일이 다 매뉴얼을 제대로 알지 못한 내 잘못이며 부사장은 화를 냈지만 욕을 한 적은 없고 내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사무장 집에는 매일같이 대한항공 직원들이 떼거리로 몰려와서는 거짓진술을 강요하며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모두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들이어서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 딴소리 해봐야 통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겁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2014년 11월 13일 쌍용자동차 해고무효소송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의 대법관들 그들은 지나간 시간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할 때 나중에 법관이 되면 사회적 약자나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 맹세하듯 말했지만 그들은 지금 그 알량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몸 바쳐 권력과 ‘짜고 치는 고스톱’ 놀이를 계속 되풀이 하고 있기에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날벼락을 맞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지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가 벌이고 있는 복직투쟁과 고공농성은 다른 나라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모르는 고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우리와 같이 숨 쉬고 있는 평택에서 일어난 우리 이웃의 일입니다.
그런데 당연히 시민의 생활에 관심과 책임을 가져야 할 평택시와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서 기초의회 배지를 달고 으스대며 돌아다니는 기초의회 의원들과 지역구 국회의원과 여타 정치인들은 밥그릇 싸움에 핏대 줄을 올리며 자리다툼이나 했지 작금의 이 사태에 무슨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러나 결자해지結者解之 지금 목숨을 걸고 지상 70미터 굴뚝 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나라를 뒤집어엎으려는 반정부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를 망하게 하고야 말겠다는 폭도도 아니며 단지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이 겨울을 따스하게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빼앗긴 일터를 되찾겠다는 소박하고 간절한 바람뿐이기에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당사자는 오직 쌍용자동차 밖에는 없습니다.
바라건대 회사는 내 것이 아니라 사회 것이며 노勞와 사社는 별개의 생명체가 아니라 함께 걸어 나가야 할 손과 발, 머리와 가슴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이 사태가 평화적으로 아름답게 끝날 것을 간절히,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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