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진 자들의 횡포가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다.
권력과 금력·정보력까지 결탁하다보니
공룡화된 그들만의 리그가 횡행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사회는
과연 정의롭게 바로 설 수 있겠는가?

 

▲ 진춘석 교사
한광여자중학교
2014 갑오년 한 해가 저문다. 밤은 길어져 오전 7시쯤이나 되어야 해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해를 보는 것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섣달에 보는 태양이기 때문인가? 한겨울 빛의 은총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도시의 거리를 나뒹구는 낙엽들 사이에도 그 빛의 알갱이들이 따스하게 차곡차곡 쌓여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20년 전인 1894년 갑오년은 반외세 반봉건의 기치(旗幟)를 내건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난 해로 왕조시대에 민권 신장의 바람이 세차게 일어났던 사건이다. 수 천 명의 농민들이 상경(上京) 도중에 충남 공주 우금치에서 생명을 마감하고 전봉준은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조정은 갑오개혁을 단행한다.
2014 갑오년엔 늘 몰아쳐왔던 태풍도 잠잠해 큰 천재지변은 거의 없었던 반면 인재(人災)는 도처에서 발생했다. 무너지거나 가라앉은 사건들이 자주 발생했다. 도시지역의 싱크홀은 과다한 지하수 이용, 개발사업 추진 시 지하수 흐름의 교란, 상하수도관의 누수 등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지하수의 과다 이용은 암반층의 지하수를 빠져나가게 해서 암반에 빈 공간을 만들어 싱크홀을 유발하고, 개발사업 추진과정이나 개발 이후 지하수를 지표로 유출시키거나 지하수 흐름이 변할 때 싱크홀이 발생한다. 상하수도관의 누수가 있을 경우 점토의 응집력이 약화되어 물과 토양이 침전하면서 싱크홀이 발생한다고 한다.
굵직한 사건들을 보면, 새해벽두부터 재벌급에 속한 K회사 소속의 경주리조트 붕괴사고. 그리고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아까운 생명들이 속절없이 물속에서 생을 마감했었다. 12월 들어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항공회사의 일명 ‘땅콩회항사건’ 역시 우리나라 굴지의 H재벌회사와 관련된다. 그리고 조그만 사건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건인 총기사건이 군(軍)에서 일어났고, 또한 어이없는 군대 내 폭행으로 아까운 생명이 비참하게 맞아 생을 마감했다.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에서는 ‘찌라시’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사정기관은 찌라시처럼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밀유출이라며 엄중히 처리하려는 듯 밀고 당기는 식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상처를 입고 비통해하는 사람들을 최고 기관인 청와대가 씻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문고리들의 권력투쟁이라니, 우리나라가 무슨 폐쇄적인 공산독재국가도 아니고, 권력암투? 참으로 어이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싱크홀 때문이다. 그리고 결코 그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불안과 두려움은 분명히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모두는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불안과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도 그 방법이라면 가능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온유’와 ‘겸손’이다. 온화한 부드러움은 태생적으로 냉혹한 사회를 구원한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꽃을 피울 때 겨울은 비닐하우스 안처럼 따뜻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도 집단적 이기주의에서 비롯한 무질서 때문에 타인이나 타국에 의해서 무너진다.
겸손함은 유약함이 아니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높임으로 성숙한 이타주의가 우리사회에 충만하면 우리사회는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요즘 가진 자들의 횡포가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다. 권력과 금력·정보력까지 결탁하다보니 공룡화된 그들만의 리그가 횡행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사회는 과연 정의롭게 바로 설 수 있겠는가? 가진 자의 지나친 탐욕이 인권을 유린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가 아닌가.
올 한 해도 온유와 겸손을 모토로 해서 무던히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 나 또한 그 두 가지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온유와 겸손의 길을 가려한다. 그리고 거기다가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온유와 겸손’에 순종하겠다는 다짐이다. 누가 그 길을 앞장서서 나가기 전에 내 스스로 온유하고 겸손한 삶을 실천하여 살아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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