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더 큰 가치는 사람이죠”

 

유기농협동조합 운영하며 가치관 바뀌어
로컬푸드, 좋은먹거리+따뜻한 마음 있어


 
삶의 철학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한 계기가 있을 때 겪게 되는 의식변화는 한 사람의 철학을 완전히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삶의 방식까지 바꾸어 전혀 새로운 삶을 살도록 이끈다.


급식납품에서 두레생협으로
“회사생활을 하다가 30대 중반부터 20여 년간 학교에 급식재료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서울까지 올라갔다 다시 평택으로 내려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엔 지역에서 생산한 것들을 바로 받아 급식재료로 납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평택로컬푸드직매장 윤광섭(51) 대표는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을 왜 시작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그땐 단지 어떻게 하면 이윤이 더 많이 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것이었다고.
“2007년에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한 것이 현재 평택두레생협의 전신인 ‘텃밭愛’라는 유기농영농조합이에요. 세교동에 유기농 전문매장을 개점했는데 구색을 못 맞추다보니 소비자들의 욕구도 채워줄 수 없었죠. 그래서 생산자들의 직거래장터를 열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인증 받은 유기농 농산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윤광섭 대표는 이때 했던 유기농영농조합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했다. 사업마인드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먹거리를 나누는 것의 행복을 발견한 뒤로는 그런 쪽으로만 자꾸 마음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좋은 먹거리에서 로컬푸드로
“2012년에 로컬푸드정책협의회 일원으로 들어가면서 평소 내가 생각하던 것과 딱 맞아떨어진 로컬푸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로컬푸드는 단순히 좋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산자를 생각하는 소비자의 따뜻한 마음까지 담겨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된 거죠”
윤광섭 대표는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평택시 지원금과 영농조합 자부담을 제외하고도 사비 5천여만 원을 투자해 2013년 9월 신대동에 평택로컬푸드직매장을 개장했다. 시내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품목도 다양하지 않지만 로컬푸드의 좋은 취지를 생각하며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키운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하는 생산자들, 그리고 희망이 있어 그는 어려운 시기도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로컬푸드 교육을 받으러 전국을 돌아다니고 현재는 여기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로컬푸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아름답고 따뜻한 구조는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해요. 좋은 먹거리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고 내 지역 생산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 바로 로컬푸드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생산자들이 정말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생산자가 소비자의 마음을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죠”
매장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윤광섭 대표는 로컬푸드는 더 많은 이윤추구가 아닌 따뜻하고 좋은 먹거리 운동으로 접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이윤은 소비자와 생산자 재교육을 위해 사용하거나 소비자와 생산자간 모임 지원, 체험 등을 지원하는 데 모두 쓰여야 한다고 말한다.


로컬푸드와 함께할 때 행복
“로컬푸드에 사비를 넣어야 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선뜻 당신도 이젠 남을 위해 한번 살아보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매장에 와보더니 정말 큰일 했다며 격려해줬어요. 저는 그것으로 족해요. 내가 평택에 좋은 먹거리 운동에 불을 지핀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더 이상은 욕심 안 부리려구요”
현재 평택로컬푸드 소비자는 2000여명을 넘었다. 비록 매출이 작아도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건 불모지였던 평택에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좋은 먹거리 운동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에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 아침에 눈을 뜨는데 문득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람의 행복이 참 사소한데 있다는 걸 요즘은 자주 생각하게 돼요. 앞으로 더 이상 해보고 싶은 건 없어요. 단지 로컬푸드가 잘 돼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같이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이제 갓 돌을 지난 평택로컬푸드가 건장한 청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이 협조해 달라고 말하는 윤광섭 대표, 평택로컬푸드직매장에 나올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따뜻한 인간관계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런 면에서 자신을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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