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마음의 고향, 난 고향지킴이”

 

어른 돼서야 찾은 적성 몰두하며 보람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운영하고 싶어


 
‘불광불급 不狂不及’ 즉 ‘미치지 못하면 도달하지 못 한다’는 이 말은 아무에게나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한 분야에서 빛나는 성과를 이룬 사람이라면 이 말을 빼놓고 그의 삶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사된 후 어릴 적 적성 찾아
“옛날에는 어른들 대부분이 기술을 배워야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섯 형제 중 막내인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띠 동갑이던 형님이 아버지 대신이 됐죠. 그리고 형님의 뜻에 따라 자동차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정말이지 그 분야에는 한 치의 흥미도 없었어요. 결국 전공한 분야로 1991년 한광중학교 교사가 됐죠”
김만제(57)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장은 한광중학교 교사가 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던 분야의 적성을 찾았다고 말한다. 학교 가까이에 덕동산이 있어 수시로 자연생태를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동산으로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해놓고 수업이 잠시 비는 시간이면 그곳으로 달려가곤 했어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덕동산의 나무와 풀을 살피고 곤충을 관찰하며 보내는 시간이 내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고 늦은 밤까지 해도 피곤한 줄도 몰랐죠”
서울 남산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만제 소장은 당시에도 산에 있는 풀을 캐다 마당에 심고 병아리나 오리·닭 등을 키우며 행복한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다. 그에게 남산은 보물창고였고 생명을 간직한 위안의 장소였다. 그런 어린 시절 감성을 잊지 못한 김만제 소장은 학교 내에 버려진 장소를 활용해 사육장을 만들고 학생들과 함께 돌보기도 했다.

이렇게 깊이 빠질 줄 예상 못해
“덕동산에 올라가는 날이면 관찰일기를 쓰곤 했는데 그때 기록을 보면 지금 덕동산엔 사라진 게 정말 많아요. 그 일을 하며 아이들에게 자연생태에 관해 알려주고 싶었죠. 저 역시 좋아서 한 일이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렇게 까지 깊이 빠져들 줄 저 역시 몰랐어요”
김만제 소장은 부락산 근처에서 살 때는 학교에서 집까지 서너 시간을 걸어가며 길에 있는 외래종 식물들을 조사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려준다. 주변의 풀이나 곤충에 정신을 빼앗기며 걷다보면 어느새 집 앞에 닿곤 했다고.
“아내는 내게 장난삼아 ‘자연에 미쳤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어떨 땐 그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해져요. 날이 좋을 때는 물론이고 비오거나 천둥번개가 쳐도 맹꽁이들이 부르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곤 하니까요. 모든 자연생태는 관찰시기가 따로 있어서 그 때가 아니면 어렵거든요. 그래도 아이들이 아빠에 대해서는 집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표현해주니 그저 고맙죠”
김만제 소장의 두 아들은 모두 수의대에 재학 중이다. 진로에 영향을 준 것이 아빠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련만 김만제 소장은 한 번도 아이들에게 진로를 강요한 적이 없다며 손사레 친다. 그저 아이들이 아빠의 모습을 보고 진로를 결정한 것이 고맙고 아이들의 거울이 된 자신에게 더 큰 책임감을 생각하게 된다고.

거울 같은 교육이 가장 중요
“고향을 생각할 때는 누구나 제일 먼저 자연을 떠올리곤 하잖아요. 어릴 적 놀던 시내가 없어지거나 산이 없어지면 고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구요. 자연생태를 지켜가는 건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을 지켜가는 일이 아닐까요”
김만제 소장은 얼마 전에도 한창 개발 중인 소사벌택지지구에서 맹꽁이 개체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대체 서식지로 옮겼다. 그 많은 생명들을 지켜낸 것이 자칫 흘려버릴 수 있는 생명체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그의 노력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얼마 전 배다리저수지 옆 야산엘 갔더니 무덤을 이장하고 패인 구덩이 고인 물속에 맹꽁이가 많이 서식하고 있더라구요. 이런 공간을 잘 살리면 이쪽에 들어서게 될 도서관이나 배다리생태공원과 연계해 살아있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 말예요. 이젠 점점 자연만 살피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활용하면 아이들이나 시민들에게 더 풍요로운 자연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게 되네요”
실천으로 보여주는 거울 같은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만제 소장, 귀에 이상이 생기면서도 10년이 넘는 시간을 학교 앞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지도를 하는 것으로 거울 같은 교육을 실천해 온 김만제 소장은 앞으로의 소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만일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민간에게 이양된다면 그동안의 노하우를 집약해서 운영해보고 싶다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그의 미소가 마치 들판의 곡식들을 어루만지는 바람 같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지 모르나 그의 성품이 자연을 닮아 한없이 따뜻하다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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