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감사한 일이 더 많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1월 31일이면 특별전은 사라진다.
뜻있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상설전시관 건립 약속은 받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 이용중 해설사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회
지금 평택호예술관에서는 ‘지영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지영희 선생은 하신일이 너무 많아 하나로 정의되기는 어렵지만 일평생 우리음악을 사랑하며 지키려고 애쓰셨던 분이다. 그는 민속음악의 세습가문에서 태어나 해금과 피리의 명인이었으며 작곡가로서도 이름이 있는 분이다.
국악예술학교를 만들어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교육자이기도 했으며 국악관현악이라는 국악의 새로운 장르를 처음 만드신 분도 역시 지영희 선생이다. 또한 사라져가는 우리음악에 안타까움을 느껴 채록하여 기록으로 남긴 것만도 수백여 곡이 넘는다. 비록 억울한 비판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를 떠나야 했지만 당시 나라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이루어낸 위대한 선각자이다.
지영희 선생은 평택사람이다. 평택시 포승읍 내기리에서 태어났고, 내기초등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이 작은 전시회는 선생의 전국 최초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는 한 사람의 열정으로 시작되었고 여러 뜻있는 사람들의 희망을 담아 시작되었다.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관람객의 수였다. 제대로 홍보도 되지 않았던 상태였고 평택호예술관은 지리적 접근성도 떨어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1월로 들어서서 주변의 공연과 관광객도 줄어드는 시점이었고 예술관의 난방시설도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개관을 하자 이 모든 것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첫날 관람객이 200명을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다음 날도 다음 날도 또 다음날도 사람들이 몰려왔다. 감사했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관람객들의 반응이었다. “몰랐었어요. 이분이 평택분이세요?” “감사합니다. 잠깐 들렀다가 많은 것을 알고 갑니다” “그런데 왜 특별전이죠? 전시관은 따로 없나요?” “상설전시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리터에 지영희홀이 있던데요. 그래서 있는 거였네요” “공연은 없나요?” “체험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등등 너무나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부랴부랴 ‘상설전시관 건립 서명서’를 만들어 서명도 받고 공연도 올렸다. 예상보다 감사한 일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울림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매일 매일이 축제였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전시가 1개월도 남지 않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었다. 1월 31일이면 이 특별전은 사라진다. 물론 뜻있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상설전시관을 만든다는 약속은 받은 상태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걱정이 되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우선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로 상설전시관이 빨리 건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왕이면 한국소리터에, 이왕이면 접근성이 좋은 1층으로, 이왕이면 넓은 공간으로 배려를 받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전시관 옆에 악기체험관과 학습관을 두어 전시관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해금 등의 악기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정기적인 공연도 필수이다. 더욱이 선생의 이름을 딴 지영희홀에 지영희의 공연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전시관에 정기공연과 체험이 있다면 평택호가 민속음악의 메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로는 생가를 복원했으면 한다. 현재 생가는 사라지고 생가가 위치했던 곳도 개발지역에 포함되어 보존이 어려워졌지만 더 늦기 전에 생가의 위치를 확인하는 표지석이라도 만들어 세우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나중에 생가주변이나 지영희전시관 가까운 곳에 생가를 복원하여 전수관이나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셋째로는 선생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복권도 추진해 볼만하다. 하와이로 이주하셨고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되어 의미가 퇴색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무형문화재 지정해제 당시 선생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적어도 문화재 지정서는 새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넷째로는 현재 ‘문화재보호법’으로 문화재복원이 어렵다면 훈장 서훈을 상신해도 좋을 듯하다. 국민훈장도 좋고 문화훈장도 좋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나라에서도 미처 그 중요성을 알아보지 못한 때 그저 우리 민족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나라에서 할 일을 대신하여 많은 일을 이루어 내셨기 때문이다.
다섯째로는 한두 번하고 말았던 학술회의를 다시 시작해도 좋을 듯싶다. 무늬만 학술회의가 아닌 정통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선생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선생에 대해서 기억하고 추억할 만한 일을 증언해 줄 제자나 가족들도 초청해 선생의 업적과 열정을 기리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섯째로는 지금 ‘지영희기념사업회’에서 하고 있는 ‘지영희전국국악경연대회’를 좀 더 활성화시킬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말이 전국대회이지 실상은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어 효율적 홍보와 정통하고 공정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공신력 있게 한두 해 행사를 치른다면 선생의 뜻에 맞게 국악 신예들의 등용문으로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곱째로는 선생의 출생일이나 돌아가신 날을 즈음하여 ‘지영희추모제’나 ‘지영희축제’ 등을 기획해 이어가도 좋을 듯싶고, 추모제나 축제에 공연과 학술회의, ‘지영희전국국악경연대회’를 하나로 묶어 이어나가도 좋을 것 같다.
여덟째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평택시에 ‘시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는 일을 건의하고 싶다. 평택은 바다가 있는 곡창지대로서 무속음악이나 민속음악이 오래전부터 발전했으며 지영희 선생은 물론 모흥갑이나 방용현 같은 명인들을 배출한곳으로 민속음악의 뿌리가 깊은 곳이다. 민속음악하면 떠오르는 평택, 멋지지 않은가? 이 멋진 ‘시립국악관현악단’이 평택에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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