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월 22일

8개월 된 외상값 받으러 간 최진형
평택경찰서 사법주임에게 폭행당해

  

 

“경관에게 물건 값을 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터무니없는 요리 값을 내라고 무조건하고 구타를 당하여 방금 병원에 입원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경부선 평택역전 화신연쇄점(京釜線 平澤驛前 和信連鎖店) 사무원으로 있는 최진형(崔震亨, 三二)으로 지난 21일 월급날 평택결찰서 사법주임인 서재욱(徐載郁) 씨에게 (중략) 피해자 최씨는 고막(鼓膜)이 뚫어져 방금 수원(水原) 동화의원(東華醫院)에 입원 치료 중이며 一방 고소를 준비 중이라 한다”(동아일보 1936년 1월 31일)

월급날의 풍경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월급쟁이들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월급날을 기다린다. 요즘은 월급날이면 온라인으로 월급이 통장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현금을 만질 수 있는 날이 월급날이기 때문에 늘 그날이 기다려진다. 이 날만 되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가장으로써 당당한 날이다. 집에 들어갈 때 한 손에 고기라도 사들고 가면 집에서는 누구보다 아이들이 대환영이다.
다른 하나는 이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이다. 바로 빚쟁이들이다. 빚쟁이는 월급쟁이들이 이날 만큼은 주머니가 두둑하기에 이날만 기다린다. 이에 비해 월급쟁이는 빚쟁이를 피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기도 한다.
1926년 1월 21일 경찰의 월급날, 두 번째 사건이 터졌다. 평택역 앞에는 동화연쇄점, 지금으로 말하면 ‘동화슈퍼’가 있었다. 동화연쇄점 직원 최진형은 8개월 동안이나 밀린 외상값 3원 88전을 받기 위해 월급날 평택경찰서의 사법주임 서재욱을 찾아갔다. 서재욱은 “외상값을 갚지 않았을 리가 없다, 두 번씩 받으려고 한다”면서 오히려 화를 내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최진형을 돌려보냈다. 서재욱은 30분 후 동화연쇄점으로 전화를 걸어 다른 사무원을 오게 한 후 외상값 중 모자를 제외한 3원 23전을 갚았다. 외상값을 갚은 서재욱은 네다섯 번 최진형을 찾았지만 최진형은 다른 외상값을 받기 위해 나가 있었기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사건은 다음날 22일에 터졌다. 서재욱은 다시 최진형을 경찰서로 호출한 후 터무니없는 동춘관(同春館) 요리 값을 내라고 하면서 최진형을 마구잡이로 구타했다. 구타를 당하던 최진형은 맞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자 서장실로 들어가려다가 경무주임의 제지를 받는 등 평택경찰서에는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최진형은 고막이 터져 수원 동화의원으로 급송됐다. 치료를 받고 있는 최진형은 진단서를 끊어 폭력경찰 서재욱을 고소하리라 한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가진 자의 전형적인 갑질이었다.
최근 대한항공, 백화점 고객 등의 ‘갑질사건’이 한 동안 나라를 시끄럽게 한 바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의 갑질, 언제나 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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