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잘 사는 게 꿈이죠”

 

공동육아-생협-정치, 성장하는 과정
공동체 관심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

 
사람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꾸준히 성장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성장하고, 포용하는 능력이 성장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내 마음의 깊이가 성장한다. 어쩌면 사람은 죽어서도 성장할 수 있다. 내가 뿌린 씨앗, 내가 전한 따뜻한 마음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이어질 수 있다면 말이다.
 

어떤 아이로 키워야 할까
“17년 전, 협동조합의 개념이 사회적으로 뿌리내리기도 전에 몇몇 부모들과 함께 오성면 양교리에서 처음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에게 자연의 생명력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을 하자는 취지였죠.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커서 공교육으로 가야하는 시점이 되자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저는 그런 교육을 포기하지 못해 대안학교를 찾아 서울 마포에 있는 ‘성미산학교’까지 가게 됐어요”

이명희(45) 씨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이력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조합원, 오성면 주민이다. 그러나 그것 외에도 그녀의 이력은 또 있다. 바로 서울에 살던 당시 활동했던 마포두레생협 이사장이다. 인간다움을 교육하는 대안학교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의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생협은 그녀가 추구하는 인위적이지 않은 삶의 지향점과 같았기 때문이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교육하는 대안학교는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참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대안교육은 상위 몇 프로만을 위한 교육이라든가 사회와 동떨어져 자기만족의 섬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등의 주변 평가나 시선 등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선택한 일이었지만 그런 시선들은 그녀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5년간의 서울 생활을 끝내고 고향인 평택으로 내려와 다시 공동육아를 시작하고 남편과 함께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일까
“ 자본의 논리가 가정과 개인에까지 스며들면서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을 보면서 그런 것을 지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서서히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됐고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됐죠”

이명희 씨는 2012년 진보신당 국회의원 전국구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돼 남편인 김기홍 진보신당 예비후보자와 함께 부부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정치 후보자로 나서는 일은 상처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저 같이 평범한 사람도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직 세상의 벽이 얼마나 높은가를 실감하게 됐죠. 당시의 선택은 제 나름대로의 세상을 향한 말 걸기였고 세상이 함께 변하지 않으면 어떤 것이든 변할 수 없다는 소신이었으니 지금도 후회는 안 해요”

이명희 씨는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도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한다. 마을에 건립예정이던 오성도서관이 축소 위기에 놓였을 때 마을사람들과 힘을 모아 온전한 도서관으로 건립될 수 있도록 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더불어 잘 사는 길은 뭘까
“도서관은 사람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성장하고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이웃들과 함께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죠”

오성도서관은 당시 주민들의 강력한 청원으로 2013년 9월 건립돼 현재 마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시작한 공동육아도 이젠 자리를 잡아 교육공동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처음에는 내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공동체 교육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 중엔 스무 살이 넘는 아이도 있는데 그 아이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다시 이런 공간이 필요해 지니까요”

권력이나 명예 등 군더더기를 벗는다면 인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 있게 될까 항상 고민하게 된다는 이명희 씨,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고 있는지 문득 회의가 들기도 한다는 이명희 씨는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로 시작되는 대안학교 교가를 부를 때마다 바닥에서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된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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