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우리지역에 돈을 뿌리게 하던가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던가
아니면 요즘말로 힐링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게 축제다

 

   
▲ 이수연
한국사진작가협회
前 부이사장

평택시가 새로운 조직으로 ‘신성장전략국’ 그리고 ‘신성장전략과’와 그 아래에 단일 목표를 추진하는 5개 팀을 구성했다. 그 팀 중 하나가 평택의 대표축제 개발임무를 맡은 ‘문화콘텐츠개발팀’이다.

그동안 평택시가 주도한 축제만 해도 평택항축제, 농업축제, 실크로드축제, 물빛축제 등등이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이들 모두 ‘아니다’였다. 그래서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축제를 꼭 해야 하나? 남들이 하니까 하나? 그런 예산을 다른 곳에 쓰면 안 되나? 이런 상상을 하는 시민이 나 뿐일까?

그런 와중에서 시(市)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을 꾸렸다니 진심으로 박수칠만한 일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확인 차 평택항을 다시 돌아봤다. 축제장은 물론 관광지 분위기도 아니었고 솔직히 살벌하기까지 했다. 월미도나 연안부두처럼 스토리텔링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크로드축제’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해골 물’ 설화의 원효나 당나라로 건너간 혜초시대의 한반도 지정학적 입장에서 볼 때 평택이 대당(對唐) 출발지였던 당항(唐港)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했지만 이 축제를 통해서 평택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하는 회의 속에 일회용 행사로 끝나고 말았다. ‘농업축제’도 북부·남부를 순회하다 사라졌고 평택호에서 개최하는 ‘물빛축제’ 역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개인적 소견으로는 목적과 수단의 혼동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거나 외부 인력이 주도한 개발 때문이라고 본다. 앞에서 열거했던 축제 모두가 수단이 먼저였다. 수단의 당위성을 따지기보다 그 이미지의 유혹에 밀린 것 같다. 이들의 특징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무수히 갈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향유자는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한다.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려면? 시민 위무(慰撫)가 목적이라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면? 등등의 목적을 먼저 설정하면 최소한 수단의 종류보다 의견을 집약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수단을 찾거나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게 없다면 차용이라도 해서 적용시킬 수 있다.  

축제를 개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동원하는 것’이다. 어떤 미사여구로 치장을 하던 ‘많은 시민이, 많은 관광객이 현장에 오게 하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우리지역에 돈을 뿌리게 하던가,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갖고 가게 하던가, 아니면 요즘말로 힐링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 그게 축제다.

연안부두나 여객터미널 등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인 채, 관광객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항구라든가 실크로드의 흔적조차 볼 수 없는 평택 바닷가로 사람이 올까 생각해보라. ‘평택 배’ ‘평택 쌀’이 중심인 농업축제 역시 봄에 개최하자니 물건이 없고 가을에 개최하자니 농번기 혹은 수확기 등과 겹친다. 최근에 단골로 등장하는 수단으로서의 ‘미군’에서는 이게 더 심하다. 어떤 기획서는 평택방문 외국인이 연간 100만 명도 넘는 것으로 표기했다. 주둔 미군의 외출을 관광객으로 환산한 어느 기관의 통계를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장밋빛 수치로 옮겨온 것이다. 현지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외부 인력에 의해 주도되는 이런 기획은 항상 시행착오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화천군 ‘산천어축제’는 관광객 유인 수단으로 산천어를 내세웠지만 전부 양식어를 쓴다. 가평군 ‘자라섬재즈축제’도 전문가를 외부에서 유치한 것이고 함평군 ‘나비축제’ 역시 비닐하우스에서 사육한 나비들이다. 자체 수단으로 성공한 축제로 ‘보령머드축제’ 정도를 들 수 있지만 이 역시 머드가 우선이 아니라 외국 영화 중 이를 즐기는 한 장면에서 착안한 것이다.

평택 대표축제 개발에 앞서 왜 축제가 필요한지 범시민적인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자. 그러면 수단은 자연스레 따라오고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는 의미의 ‘발칙한 상상’도 앞으로는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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