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보육원도 변해야 한다.
의식주만을 해결해주던 기능에서
자립과 고용을 돕는 전문기관의
기능을 하고 있다.
미래에는 아이들과 이들의 원가족에게
종합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 김병철 팀장
성육보육원

요즘 아동·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폭행이나 학대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우리 모두의 아픈 마음만큼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개선이 동반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국민적 관심이 눈에 보이는 ‘사건’들에 머무르지 않고 아동·청소년들의 마음 속 아픔들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 만큼 성숙해가길 바래본다.

여기 어른들의 새롭고 성숙된 시각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 보육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보육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과거와는 달리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연고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연고자가 누구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연고자가 있다.

각 가정마다 사연은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불가피하게 아이를 시설에 보낼 것이다. 하지만 이때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실질적 환경변화의 주체인 아동의 상처다. 부모의 사망으로 고아가 되어 시설에 입소하는 아이들보다 부모의 이혼이나 학대와 같은 가족해체 현상으로 부모와 함께 살다가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안고 있다. 그리고 어린나이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지닌 채 입소되었다는 측면에서 정신적 충격이나 상실감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아이들은 비록 아픔을 품고 자라도 부모에 대한 사랑을 꿈꾼다. 그래서 보호기간이 종료되는 만 19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만기퇴소를 하는데 이때 기대를 품고 그들의 부모에게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기를 함께하지 못한 부모는 성인이 되어 돌아온 자신의 자녀에 대해 낯선 감정이 생기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돌아올 것에 대한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데다가 낯선 감정까지 생기게 되니 당연히 아이가 반가울리 없고 이때 아이들은 또 한 번 부모로부터 버려지게 된다. 그렇게 두 번이나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 청소년들이 남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 품고 가야할 아픔의 깊이를 나는 도저히 헤아릴 길이 없다.

그런 아픔을 미연에 방지하고 충격을 완화시키며 퇴소 전에 심리적 아픔을 치료하는 것, 만기 퇴소하는 청소년들의 부모를 준비시키는 것, 그래서 보육원에서 만기 퇴소하는 청소년들이 원 가정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에 성육보육원에서는 이를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평택복지재단의 지원을 통해 시설아동의 원 가족 복귀 프로그램을 ‘만남과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

‘원 가족 복귀’라 하면 아이들이 바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어렵다. 보육원에 자신의 아이를 맡길 정도로 어려운 여러 상황들이 갑자기 호전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소 당시부터 부모와의 유대감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연계해주는 것은 부모와 시설이 노력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즉, ‘원 가족 복귀’의 본질은 원 가족과의 관계를 보육원에 있는 동안 끊어지지 않도록 ‘연계’하는 것에 있다. 나아가 원 가족과 아동의 연계를 통해 원 가족이 아이의 만기퇴소와 자립을 지원할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하게 하는 ‘강화’의 개념으로까지 발전한다. 자신을 기다리며 맞이할 준비를 하는 원 가족을 보는 것은 어떤 경우보다 아이에게 더 큰 삶의 동기를 주게 될 것이다.

이제는 보육원도 변해야 한다. 과거 의식주만을 해결해주던 기능에서 현재 자립과 고용을 돕는 전문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많은 발전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미래에는 아이들과 이들의 원 가족에게 종합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연계’ ‘강화’ ‘복귀’라는 일련의 종합사회복지서비스를 통해 아이가 보육원에 있는 시간이 그저 신체의 성장이나 개인의 자립을 준비하는 수준이 아닌, 하나의 가정이 온전한 모습을 만들고 강화되는 시간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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