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으면서 얻는 지혜


전인교육, 어떠한 상황을 만나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임기응변력
 그리고 순간적 판단력과 집중력을 길러
자신을 지키며 세상을 살아가는 일.
손으로 연필을 깎는 일에서 ‘길’을 찾습니다.

 

 
흔히들 세상에서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 때부터 ‘하나’ 가 의미하는 기본이 몸에 배도록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으로 몸가짐을 가르쳤습니다.

1950~60년대 아이들이 국민학교 들어가면 ‘사회’ 시간에 아이들에게 연필 깎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모든 물건이 다 귀하던 시절이었던 만큼 연필을 올바로 깎는 일은 물건을 아껴 쓰는 검소함을 배울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몸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배우는 마음공부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때 만들어진 교과서에도 연필을 바르게 깎는 방법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필통검사도 받고 공책검사도 받고 또 손톱검사도 받았습니다. 6·25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여자 아이들은 머릿속에 살고 있는 이 검사도 받았습니다.

연필 깎는 칼도 귀했던 시절이라 칼을 한 번 사면 녹이 빨갛게 슬도록 썼습니다. 아니면 집에서 아버지가 쓰던 면도날을 연필 깎는 칼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서 나라 경제가 조금씩 안정이 되고 생활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 연필깎이를 선물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도 연필깎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개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이거나 아니면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 들고 온 선물이 고작이었습니다.

없는 집에서야 연필깎이는커녕 책가방을 사주기도 힘들었던 시절이었기에 집어넣기만 하면 깔끔하게 연필이 깎여져 나오는 연필깎이는 아이들에게 요술 상자와 같았습니다.

처음 나온 연필깎이는 연필을 깎을 때 연필을 손으로 잡고 조금씩 안으로 밀어 넣어야 했지만 얼마가 지나자 연필만 끼우면 연필깎이가 저절로 연필을 물고 들어가서 연필을 예쁘게 깎아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연필깎이를 손으로 돌려서 연필을 깎는 것이 아니라 전기에 꽂으면 연필을 저절로 깎아주는 ‘전동연필깎이’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연필이 깎여져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연필깎이에다가 연필을 꽂아놓고는 한도 끝도 없이 연필을 깎아대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그 날 하루 동안 쓸 연필을 깎아서는 필통에 하나 가득 채워서 학교에 갔습니다. 아이가 바쁠 때는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 엄마가 옆에서 바람처럼 연필깎이를 돌려 깍은 연필을 필통 하나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 필통에서 연필 깎는 칼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은 연필 깎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연필 깎는 칼도 두려워하게 되었지요.

학교에서 연필을 잘 쓰지 못해 그 날 쓸 연필심이 다 부러진 아이들은 친구에게 연필을 빌려서 쓰거나 아니면 이빨로 연필을 물어뜯어 심을 내서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장난꾸러기 아이들 필통 속에 든 연필은 모두 다 쥐가 갉아먹은 것 같던지 아니면 개가 뜯어먹다가 놔둔 것 같이 울퉁불퉁했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는 연필깎이가 없었습니다.

칼로 연필 깎기, 가끔은 손을 베이고 피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필 깎기는 아이들에게 사물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균형감 있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조형감각을 가르쳐줍니다. 전체를 다 고르게 깎아야 연필심이 부러지지 않기에 앞과 뒤 옆과 옆, 위와 아래 전체를 살피는 통찰력도 길러줍니다. 모든 부분을 고르게 조절하는 평형감각을 깨우쳐줍니다. 얼마만큼 손에 힘을 주어야 연필이 깎아지는지 훈련이 되는 육감적 감각도 섬세하게 해줍니다.

그러니까 아궁이에서 하얗게 다 탄 연탄재를 들어낼 때 그 재가 탄 상태를 보고 연탄재 속에 꽂아 넣은 연탄집게에 얼마만큼 힘을 주어야 연탄재를 깨뜨리지 않고 아궁이 밖으로 들어낼 수 있는지를 조절하게 하는 그 세밀하고 미세한 감각 말입니다.

그래서 연필을 깎는 동안 집중력이 길러집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몽당연필’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물질을 소중히 여기고 물건을 아끼는 버릇이 자연스레 몸에 뱁니다.

더 중요한 것은 손놀림은 곧 뇌腦놀림입니다. 한번 머릿속에 들어가면 영원히 잊히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몸짓’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쓰면서부터 영장류에서 인간이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찬란한 문화를 가지게 된 것이 외국인들은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젓가락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칼로 연필을 깍지 않습니다. 학교 교실에는 공동으로 쓰는 연필깎이가 두 세 개씩 준비되어져 있습니다.

전인교육, 어떠한 상황을 만나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임기응변력 그리고 순간적 판단력과 집중력을 길러 자신을 지키며 세상을 살아가는 일.

손으로 연필을 깎는 일에서 ‘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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