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모은 수집품이 제 역사죠”

 

20대 중반부터 28년간 다방면 수집
평생 모은 수집품 기부채납도 고려

 

 
수집가로 활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열정이 필요하다.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어느 곳이든 달려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집가로 살아온 사람들과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보다 삶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88서울올림픽 자원봉사가 계기

“서울올림픽 당시 의료부문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기회가 있었어요. 저녁 때 심심해서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외국 사람들이 서로 배지를 교환하는 모습을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저도 남대문에서 우리나라 배지를 사다가 외국 사람들과 교환하며 처음으로 200~300개 정도의 각 나라 배지를 모았고 그때부터 광적으로 무엇이든 모으기 시작했어요”

팽성읍에서 치아사랑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수(53) 원장은 20대 중반부터 모으기 시작한 배지를 시작으로 스포츠 관련 용품과 주화·메달·지폐·우표·곤충·공예품·광물·무기류·화석·패류까지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몇 개는 기네스북에도 오를 희귀품이며 수적으로도 박물관 몇 개는 너끈히 채울 정도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자료를 구할 때는 열 번 정도를 해외에 나간 다음에야 간신히 얻었어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희귀종 조개류를 수집할 땐 내가 흥정하고 있는 문밖에 일본 수집가가 와서 대기하고 있어 조바심을 내며 흥정한 적도 있죠”

김진수 원장은 처음 수집을 시작한 당시부터 현재까지 28년 동안 약 50억 원 정도를 수집에 쏟아 부었다고 말한다. 그가 치과와 사업을 하면서 벌어들인 돈의 상당부분이 수집품을 구입하는데 쓰인 셈이다.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금액이 얼마든, 어디에 있든 물불 안 가리고 달려가는 김진수 원장에게는 광적인 수집가라는 타이틀 외에도 법대-의대-치대까지 대학만 18년을 다닌 특이한 이력도 있다.

부부 치과의사로 평택에 둥지

“법대 졸업 후 사법고시가 잘 안 돼 의대를 다니다가 다시 치대를 다녀 자격증을 따고 1996년 서울 쌍문동에 치과를 개업했어요. 아내가 먼저 연고도 없는 평택에 마음이 끌려 군문동에서 치과를 하고 있었고 저도 서울에 있던 치과를 접고 팽성읍 객사리에 내려와 함께 치과를 운영하게 됐죠. 그게 벌써 15년 전이네요”

치과는 주로 아내가 맡아 운영하고 자신은 사업가로 활약하느라 늘 바쁘다. 지금은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지만 금강산 관광 사업이 한창이던 당시에는 8년 동안 귀금속 면세점을 운영했고 현재는 상암월드컵경기장 안에서 8년째 축구 기념품점도 운영 중이다. 

“예전에는 하남 미사리에 200평가량 창고를 얻어 수집품들을 보관했는데 평택으로 이사 오면서 물건들을 이쪽으로 옮겼어요. 옮기는 비용만 2000만 원이 들었죠. 지금은 아파트 지하 창고 8개에 수집품을 보관하고 서울과 고향인 전라도 광주 쪽에 각각 나눠 보관하고 있는데 전체 평수로 따지면 아마 160~170평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김진수 원장은 현재 지금까지 모아둔 수집품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쉽게 손댈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분량이지만 그래도 수집만을 위해 숨 쉴 틈 없이 달려온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동안 수집해온 것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분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물관 설립 시 기부채납 고려

“그동안 많은 곳에서 수집품을 기증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아직 쉽게 결정하진 못했어요. 슬하에 자식이 없으니 만일 평택시에서 박물관을 짓는다면 기부 방식이나 전시 운영 등을 협의해 기부 채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그냥 수장고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희소성 있는 물건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품목에 따라서는 직접 만질 수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김진수 원장은 그렇게 많은 수집품들이 있어도 하나하나 구입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렵게 구한 것도 있고 대량으로 구한 것도 있고, 비싸게 구입한 것도 있고 속아서 구입한 것도 있지만 그에게는 하나하나가 모두 추억이고 역사인 셈이다.

“평택에는 미군 주둔지 성격을 살린 군사박물관이나 평화박물관, 대동법시행비를 위시한 도량형박물관도 지을 수 있죠. 그리고 쌍용자동차가 있으니 자동차박물관도 할 수 있고 바다를 끼고 있으니 해양박물관이나 역사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을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난해부터 평택문화원 이사로도 활동 중인 김진수 원장, 평택에 내려온 지 어느새 15년인데 평택사람들이 좋아 이곳에서 눌러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는 김진수 원장은 지역에 박물관이 생기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며 창고 가득 쌓여있는 귀한 소장품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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