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된 조합장들은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조합 경영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실종된 협동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점점 어려워져가는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 이상규 정책실장
평택농민회

어느덧 우리네 들녘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겨울 대지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던 동장군이 그냥 물러갈 수 없다는 듯이 다가오는 봄의 시작을 부여잡고 심술을 부리고 있는 듯하다.

2015년 농업·농촌의 최대 관심사로 전국 1326개 농협과 수협·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오늘을 기점으로 막을 내린다. 사실상 졸속적으로 만들어진 ‘위탁선거법’으로 인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고 ‘깜깜이 선거’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전 조합장 선거에 비해 비교적 깨끗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선거가 막을 내리면 누군가는 당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낙선의 쓴잔을 마시며 슬픔에 잠겨 있을 것이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희비가 갈리고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이 교차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그 마무리는 멋져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기본 정신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조합장들께 축하와 함께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이번 선거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을 반드시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조합장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조합 경영에 최적임자이며 조합 경영을 투명하고 내실 있게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신용사업·경제사업 등 조합의 각종사업과 관련 좋은 정책들을 약속했다. 조합장 선거 시기 조합원들에게 내걸었던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조합원들이 조합을 믿고 조합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조합 경영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실종된 협동의 정신을 되살려 달라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조합원들이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과 자발적 참여로 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해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또한 경제활동의 최종 목적이 조합의 이윤추구에 있지 않고 조합원에게 봉사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당선자들은 조합원을 대표해 조합을 경영함에 있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모든 사업을 조합원과 함께하는 협동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셋째, 쌀 수입개방과 FTA·TPP로 점점 어려워져가는 농업 농촌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아 달라는 것이다. 우리 농업과 농촌이 개방농정의 파고와 농축산물 가격 하락으로 점점 더 어려워져가고 있다. 새봄이 왔지만 우리 농민들은 올해 무엇을 심어야할지 고민이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농축산물 가격 폭락으로 종자 값도 건지기 힘든 농사를 지어야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뒤늦게 합류하기 위해 쌀을 포함한 우리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려하고 있다. 이제 농협이 나서야 한다. 농협이 잘못된 정부 정책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과 함께 이 땅의 농업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 농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이제 선거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당선자들은 당선의 기쁨에 앞서 조합원들을 향한 막중한 책임과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패배의 쓴잔을 받은 낙선자들은 새로운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의 쩨쩨한 모습이 아닌 선거 기간 꿈꾸었던 ‘농민을 위한 농협, 조합원이 주인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동반자로 활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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