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에 대한 책임과
사과조차 한 마디도 없이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고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누리당은
시민들에게 공개적인 사과와
진심을 담은 속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 소태영 사무총장
평택YMCA

정당 관계자와 후보들도 처음 정계에 발을 들여놓던 시절에는 누구나 시민의 바람을 대신하는 성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처음의 다짐과 현재 자신들의 모습에 얼마만큼의 간극이 있는지 먼저 자신을 돌아보기 바란다.

왜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점점 늘어난다고 보는가? 시민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정당과 조직만을 위해 반복되는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끼고 점점 패배주의와 정치 허무주의에 빠지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 없듯이 국민을 외면하는 정당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기성 정치권은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6·4선거에서 평택갑 다선거구(세교동·송탄동·통복동)로 당선된 새누리당 한숙자 전 시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되면서 평택지역사회에 4·29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런 일들로 인해 아직도 지방자치제도가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제 부작용은 여러 곳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겠지만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도덕성이 결여된 단체장과 의원이 다수 선출되고 있기 때문이란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무능력자·부도덕한 후보자 선출은 사전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당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지난번 선거에서 각 정당의 공천과정을 보면 중앙정치권 입맛대로 선거규칙을 정해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상향식 공천’ ‘여성공천 할당제’를 통해 당에 공헌한 일부 도·시의원 후보를 사실상 전략 공천했다. 이런 식의 공천은 당선 가능성보다는 당의 충성도를 집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어서 정당이 후보 검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천에는 정당과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시민의식 구조가 꼭 바뀌어야 한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하는 일을 모르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어려운 사회에서 시민은 주인이 아니라 고객으로 인식된다. 시민이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고객이 될 때 정치인들은 시민을 마케팅 대상으로 생각한다. 고객이 아닌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일꾼을 뽑기 위한 유권자 스스로가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세심하고 신중하게 투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1차적으로는 정당의 책임이 있지만 최종 책임은 자기 지역 대표를 잘못 뽑은 유권자들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4·29재선거 비용으로 5억 정도의 시민혈세가 들어간다고 한다. 당사자에게 ‘공직선거법’ 제265조의 2에 의해 당선무효에 따른 기탁금 및 보전액 등의 비용반환(선거비용 보전액 2500여만 원, 기탁금 반환 액 200여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밖의 선거비용을 책임질 사람은 누구도 없으니 결국 시민들이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왜 투표도장에 ‘점을 친다’라는 뜻의 한자 ‘卜(점 복)’을 새겨 넣은 걸까. ‘卜’ 자는 은나라 때부터 길흉을 점치는 모습을 그린 글자다. 나아가 하늘의 뜻이 나타난 모습이 바로 ‘점 복’자다.

따라서 이 글자의 의미로 볼 때 투표는 ‘하늘이 내려주는 결정’인 셈이다. 여기서 ‘하늘’이란 전통적인 정치철학에서는 다름 아닌 ‘민심’이다. 지난 6·4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 단체장·광역의원이 모두 당선되고 기초의원 과반수가 당선된 새누리당은 6·4지방선거 후 지역정세에 주도권을 잡으면서 자만에 빠져 민심에 악성종양이 커가는 것조차 모르는 모양이다. 시장의 독선적 시정과 관피아·보은인사로 시민과 시민단체의 문제개선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으려는 새누리당, ‘선거법’으로 당선무효에 대한 책임과 사과조차 한 마디도 없이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고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누리당은 시민들에게 공개적인 사과와 진심을 담은 속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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