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라

                                                          임  봄 / 평택시사신문 취재차장(시인·문학평론가)


어제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지만
오늘 우리의 몸 속에 면면히 흐르는 뜨거운 피는 안다
정신을 말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무자비한 총칼에 맞서
목숨을 내 걸고 들불처럼 일어났던 그날의 함성을,
힘없는 민중의 손에 든 태극기는 총보다 강하고
흰옷에 뿌려진 핏자국은 우리를 더욱 하나가 되게 했으니
현덕면 계두봉에서 시작해 평택 전역으로 번진 만세 외침은
어느 곳에서 펼쳐진 독립만세보다 더욱 더 뜨거웠으니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들 그 함성이 멈출 수 있었으랴
순박한 백성의 피 끓는 함성은 오로지 한시라도 빨리 되찾고 싶었던
조선의 독립이요, 조선의 자주독립이요
그날의 피맺힌 절규들이 오늘이라는 기적을 만든 것을 안다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가던 총칼의 무리
그 앞에 온 몸을 내던져 흔들던 그날의 태극기가 있어
오늘 내가 살아 숨 쉬고 대한의 뼈대가 우뚝 섰음을 안다

평택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우리에겐 역사를 바로 세워 내일을 빚어야 할 책임이 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역사의 빚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고 그날의 피는
내 아이에게로 이어지며 앞으로도 수천 년 유구하게 흐를 터이니
젊은이들이여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라
어린 생명에게 미래를 당부하는 마음으로
이 땅에서 들불같이 일어났던 절규의 외침을 기억하라 

아아, 들리는가
그날 총소리도 묻힐 만큼 평택의 전역을 뒤흔들던
내 선조들의 뜨거운 함성 소리가!

 

※ 이 시는 지난 3월 9일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현충탑공원에서 열린 ‘평택3.1독립만세운동 제96주년 기념식 및 봉기도 기념비 제막식’에서 낭송한 헌시(獻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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