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3월 22일

결혼 전 사랑한 사람과 살기 위해
안중 방면으로 도망가다가 붙잡혀

 

 

 
“진위군 현덕면 황산리(振威郡 玄德面 黃山里) 김용득(金龍得, 19)은 작년 봄에 오성면 죽리(俉城面 竹里) 윤금양(尹今孃, 19)과 결혼을 하여 이래 지내오던 바, 지난 음 四일 전기 용득이 저녁밥을 먹던 중 거의 다 먹을 즈음에 고약한 냄새와 입안이 화끈하므로 속을 헤쳐 본즉 양잿물이 들어있으므로 실색하여 자기 처에게 물은즉 오줌을 버리고 들어오겠다고 핑계하고 안중 방면으로 도망가는 것을 붙잡아 왔다는데, 이것을 안 현덕(玄德)주재소에서는 즉시 범인을 체포하여 엄중 취조 중이라는 바, 들은 바에 의하면 三년 전 고향에서 정을 통하고 지내던 사람을 잊지 못하여 본부를 죽이고 같이 사랑을 속삭이려고 전기와 같은 범행을 하였다고 한다”(동아일보, 1934년 3월 26일자)

얼마 전, 한 여성이 두 남편과 시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사건의 내막인즉 범인이 보험금을 노리고 이혼한 전 남편에게는 제초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했고, 재혼한 남편과 시어머니는 제초제인 농약을 음식에 조금씩 넣어 먹게 했다. 제초제가 몸속으로 들어가면 폐에 염증이 생기는데 둘 다 폐렴으로 사망을 했다. 범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딸에게도 제초제를 조금씩 먹여 평생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음독 살해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평택에서는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남편을 죽이기 위해 음독을 한 사건이 종종 일어났다. 1934년 3월 봄, 한 여성이 ‘간부(間夫·남편이 있는 여자가 남편 몰래 관계하는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려고’ 남편에게 양잿물을 먹여 음독 살해하고자 했다. 양잿물은 볏짚이나 나무의 재를 우려낸 물로, 서양에서 들어온 잿물이라는 뜻이다. 화학에서는 수산화나트륨이라 한다. 주로 합성 섬유나 비누·화학 약품 등의 제조와 석유 정제 등에 쓰이지만 오래전부터 사람을 죽이는데도 사용돼왔다.

1933년 봄 현덕면 황산리에 사는 열아홉 살 김용득은 오성면 죽리의 윤금 양과 결혼을 했다. 열아홉 살인 신부 윤금 양은 결혼하기 전부터 같은 마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정을 통할 정도로 사랑을 했지만 윤금 양은 어쩔 수 없이 김용득과 결혼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한 윤금 양은 결혼 1년 만에 남편의 저녁밥에 양잿물을 넣었다. 한참 밥을 먹던 김용득은 고약한 냄새가 나면서 입안이 화끈거리자 이상하게 느끼고 먹던 밥을 뒤집어 보았더니 바로 양잿물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남편 김용득은 바로 아내를 불렀지만 아내는 오줌을 버린다는 핑계를 대고 냅다 도망을 가버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챈 남편은 아무리 찾아도 아내가 보이지 않자 이를 수소문한 끝에 안중 방면으로 도망을 가던 아내를 붙잡아 왔다. 음독 살해사건을 알게 된 주재소에서 취조를 한 결과 옛 애인을 못 잊어 일어난 일종의 치정사건이었다.

요즘은 혼전 관계가 예전보다는 흔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엄격한 유교적 관습이 남아있던 시절에 윤금 양은 자유연애를 꿈꾼 진보적 여성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이야기처럼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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