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의 친구”

급작스런 퇴직 시 ‘체불임금 해결이 문제’
늘 고국의 발전된 모습을 염원하며 살아가

 
평택역 인근에 위치한 평택외국인복지센터는 이주노동자들과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비롯한 이주민의 인권보호와 권익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평택 다문화인들의 메카다.
천주교 수원교구청에서 운영을 맡고 있으며 ‘평택엠마우스’로 불리기도 한다. ‘엠마우스 운동’은 1949년 프랑스 출신의 아베 피에르 신부가 “돈으로는 인간을 바르게 할 수 없지만, 진실한 사람 셋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세계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평택외국인복지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시톨 세바스찬 노크렉(Fr. Shitol Sebastian Nokrek·36) 신부는 수도회 본부가 파송한 방글라데시 출신의 선교사다.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온 동남아시아 노동자들, 그러나 막상 낯선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 세바스찬 신부는 바로 이런저런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한 친구요, 동역자다.
“한국에는 1만여 명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데 제가 소장으로 1년간 활동하는 동안 우리 센터를 방문한 방글라데시 사람들만 해도 200여 명이나 됩니다”
그에게 찾아오는 이들 중 고국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유독 많은 것은 방글라데시의 경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땅을 가진 사람이나 공무원 등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땅도 없고 일할 직장도 없이 어쩌다 하루 품을 팔 수 있는 일거리가 생기면 돈을 만질 수 있을 뿐 거의 매일 헐벗고 삽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거나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복지정책에 나름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현재 방글라데시의 인구는 1억 4500만 명으로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노력을 해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너무 많습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한국에까지 와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3~4년 열심히 일해 돈 벌어 돌아가면 잘 살 수 있거든요”
방글라데시는 세계 7위의 인구대국이다. 그러나 국토의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약간 작아 ㎢당 약 1000명으로 세계 1위의 인구밀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보다도 인구가 1000만이 더 많을 정도. 특히 수도 다카의 인구는 4000만을 넘어 그야말로 콩나물시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방글라데시는 2005년 기준 GDP가 2011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결국 정부도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국민들이 가난을 벗어나는 유일한 선택은 해외취업 뿐이었다.
세바스찬 신부는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 돌아가는 방글라데시 사람들 중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사람이 극히 적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에 오기 위해 가진 땅을 팔았거나 돈을 다 써버린 사람이 대부분이라 봉사에 눈을 돌리기 어렵습니다. 매달 고국으로 송금도 하고, 돌아와서도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니 여유가 없죠. 물론 돌아가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가르치거나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한국에 오는 사람들은 거기서도 형편이 나은 편에 속하지요. 자기 땅이나 돈도 있고 공부도 좀 한 사람들이 오지 아예 가난한 사람들은 한국에 올 수 없죠”
세바스찬 신부는 방글라데시와는 너무나 다른 한국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의 부지런함은 정말 놀랍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 5~6시부터 일터로 향하고 심지어 학생들조차 그렇게 이른 시간에 학교에 가더군요. 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이런 부지런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보통 오전 9~10시에 일을 나가곤 하는데, 우리나라도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세바스찬 신부에게 가장 많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다. 한국의 법을 잘 몰라서 혹은 고용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을 경우 세바스찬 신부는 그들에게 가장 훌륭한 조언자며 해결자로 나서고 있다.
“예전처럼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퇴직금을 안 주는 사업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만 이직이나 급작스런 퇴직 시 발생하는 체불임금 문제는 간혹 있죠”
미처 준비하지 못한 고용주가 비용정산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라든지, 계약 기간 준수 의무를 빌미로 사업주가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 이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등에는 세바스찬 신부가 나서서 양자를 설득 문제를 해결하는 것. 
고용허가제에 의해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3년간의 취업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도중에 문제가 발생해 실직하게 되면 다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노동자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평택외국인복지센터는 이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해 놓았는데, 현재 10명이 생활하며 재취업이나 귀국준비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한국은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찾는 이들에게는 분명히 기회의 땅이지만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큰 좌절을 안고 돌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세바스찬 신부는 “그들의 고국에도 열심히 일하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오길” 염원하며 기도로 하루하루를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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