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를 통해 우리 민족의 자긍심 찾아”

상형문자 연구 통한 예술작품 추구
상고사 정리로 올바른 역사 알릴 것

 
서예는 옛것이며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창성보다는 전통성을 중시하는 서예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서예가 단순히 문자를 기록하고 전통을 고수하는 옛것으로 치부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전통 위에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단계로까지 승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서예를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서예
“서예는 문자를 기록하기 위해 생긴 것이지만 지금 다들 컴퓨터로 문자를 기록한다고 해서 1만년 의 역사를 가진 서예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요즘 서예는 단순히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서예가 청파 김영식(64) 선생은 현대서예는 글자를 단순한 틀에 넣지 않고 작품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문자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그 문자를 통한 예술작품을 추구하기 위해 옛 상형문자를 연구하기도 한다.
“상형문자는 글자의 원형이지요. 모양을 보고 글자를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상형문자를 연구하면 문자로 형상예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30여 년간 문자의 원형을 연구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그는 전통서법을 충분히 익힌 후에야 옛 고문들을 응용해 창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한 창작 작업을 거친 서예는 현대인들의 취향에도 잘 맞아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한결 높아진다고.
청파 선생은 평택에서 8년 여간 ‘청파현대서예연구원’ 운영을 통해 제자들을 육성하고 있으며 지역에서보다 서울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서예가이다. 20대가 되어서야 평택에 정착했다는 그는 40여년을 넘게 지내온 평택이 고향과 다름없다며 현재는 평택의 서예인들을 위해 주민센터와 노인대학 등에서 배움을 전수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말을 들려준다.

서예를 통해 깨우친 민족의 자긍심
“처음에는 동양화를 그렸습니다. 그러다 동양화 옆에 붓글씨를 써 넣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30대 중반부터 서예를 잘 한다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그분들로부터 다양한 서체들을 배웠습니다. 한번은 중국에서 교류전을 할 당시 백두산엘 오르게 됐는데 우리나라 백두산에 장백산이라는 팻말이 있는 걸 목격했습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내려와 그날 저녁 그 마을의 덕망 있는 촌장에게 그 심정을 토로했는데 뜻밖에도 그분으로부터 한자가 우리나라 글자라는 말을 듣게 되었지요”
청파 선생은 한자가 한(漢)족이 아닌 동이(東夷)족이 만들었다며 우리가 중국의 한자를 쓰는 게 아니라 중국이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문자를 차용해 쓰는 것이라는 말을 들려준다.
“그동안 이런 역사들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역사적인 유적지는 전부 다니며 공부했지요. 그렇게 돌아다닌 세월이 20여 년이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우리나라 상고사에 대해 스스로 정리가 되었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더 강해졌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공부했던 내용들을 알리는 일을 해야겠지요”
그는 요즘 그동안 꾸준히 연구해온 역사자료들을 정리해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상고사로 재정리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대한 역사를 갖고 있는 모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우리 민족이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우뚝 섰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도 내 보인다.

잘못된 역사관 반드시 바로잡아야
“서예를 매개체로 해서 우리민족의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아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혼자 그런 사실들을 전파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역사를 알려고 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 민족이 얼마나 위대한 저력을 가진 민족이었는지에 대해 알게 될 텐데 말이지요”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 부설 서화아카데미,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등에서 서예 강의를 통해 우리의 역사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다는 청파 선생은 우리나라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국가를 이루었고 최초의 종교를 가졌으며 최초의 문자를 만든 민족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역사는 그 민족의 혼이며 민족의 후예는 선조의 얼을 이어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는 오늘날 얼마나 사실대로 전해지고 있을까요? 동북아를 웅비했던 우리 한민족의 9천년 역사가 철저히 유린되고 왜곡되고 말살된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는 인류의 시원사와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우리 역사가 언젠가 정확하게 재조명되길 바란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청파 선생은 서예를 통해 알게 된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제자들을 만날 때마다 역사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뿌리를 가지지 못한 나무는 오래 가지 못하듯이 새로움도 전통의 기반위에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런 맥락에서 청파 선생이 문자의 원형인 상형문자를 공부하거나 우리의 상고사를 공부하는 것은 새로운 서예 예술을 창조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어 향후 그의 작품세계가 못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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