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이지 못한 나라는 필히 망한다


지난 한 해 재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정치인들,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그 권력으로 자신의
부정부패를 정당화 하고
치부하는 일에나 쓰는 부도덕한 나라는
멸망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지요

 

 
‘조선인에게는 노예근성이 있다’

조선시대 도공들이 불에 구어 낸 그릇 밑바닥을 보고 왜놈들이 한 말입니다. 밥그릇이든 술병이든 제기든 흙으로 빚어서 불에 구어 만들어 낸 모든 도자기들이 보이는 데만 멀쩡했지 보이지 않는 바닥은 제대로 마감 질을 하지 않아 거칠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천민賤民인 도공들이 고약한 양반들에게 복수를 하느라 겉만 멀쩡하게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굽도리 아래 밑바닥은 대충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정직하지 못한 민족, 남을 골탕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 표리가 부동한 민족’

왜놈들이 우리 민족을 없이 여겨서 한 이 말은 그래서 ‘우리 민족은 일본의 지배를 받아 마땅한 민족’이라는 것이 왜놈들이 내세우는 조선침략의 구실이었고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성을 정당화하는 자기합리화의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왜놈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굳이 식민사관을 들먹일 것도 없이 틀림없이 왜놈들이 우리를 식민지 백성이라고 얕잡아보고 한 수작이었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왜놈들이 한 말이 틀리기만 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막 봄이 시작되는 2월부터 5월까지는 ‘산불방지 강조기간’입니다. 한겨울에는 눈이 내리기라도 해서 염려가 덜하지만 눈도 잘 오지 않고 그렇다고 비도 뜸한 봄철에는 온 산과 들이 바짝 말라 있어서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불을 내기가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모든 농촌에서는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씩 마을회관 꼭대기에 달린 스피커에서 산불방지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산에 갈 때 성냥이나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갖고 가지 말고 농사를 짓는데 해로운 해충을 죽인다며 논이나 밭두렁을 태우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또 가뭄이 이어지는 계절에다가 우리네 풍습에 한식이 가까워 오는 절기다 보니 산에 성묘를 하러 많이 가는데 산에 가서 향을 피우거나 혹은 담배를 피우다가 무심코 버린 불씨에 봄바람마저 세차다 보니 산으로 불이 옮겨 붙기 때문이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2월부터 5월까지 넉 달 동안 시골 마을과 산이 바라다 보이는 너른 개활지 곳곳에는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산불감시원이 하루 종일 혹시 산불이 나나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산불감시원이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 싶으면 그 때부터 곳곳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몰래 몰래 마을 여기저기에서 논두렁을 태우는 불길이 피어오릅니다.

그렇다고 산불감시원이 밤에 잠도 안 자고 24시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때는 이 때다 하고는 오후 5시만 넘으면 논두렁에 불을 놓는 것이지요. 지키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 동네는 순식간에 무법천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칫 실수를 해서 불이 산으로 옮겨가면 날은 차츰 어두워지니 감당할 수 없이 급속도로 불이 옮겨 붙어도 제대로 손을 쓸 수가 없을 것이지요.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정직하면 되레 손해를 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묘하게 법을 피해가며 제 잇속을 차리는 일에 앞장섭니다.

하지만 이렇게 법을 어기며 나라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일이 결코 백성들 탓만은 아닙니다. 그악스러운 벼슬아치나 양반으로부터 대代를 이어오며 온갖 수탈을 당한 역사의 상처가 이 나라 백성들을 모질게 만든 것입니다.

임진왜란·병자호란…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은 나서서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결국 나라는 양반들의 당파싸움에 놀아나고 종당에 가서는 나라까지 팔아먹고 만 것입니다. 결국 일제 36년 식민지 역사는 왜놈들 손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이 나라 벼슬아치들이 만들어 낸 역사의 비극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 모든 잘못의 시작은 선량한 백성들이 아니라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오직 입으로만 세상을 좌지우지 하고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손에 호미 한 번 쥐어 본 적이 없으면서도 뼈 빠지게 농사를 짓는 백성들을 수탈하는데 혈안이 돼있던 양반나부랭이와 벼슬아치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일제 36년 왜정시대를 거치며 급기야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나라사랑이요. 법을 파괴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는 기상천외한 괴변까지 등장합니다.

권력으로부터 받은 피해의식이 뼛속까지 사무친 힘없는 백성들이 더 이상 희망을 걸 것이 없자 최후의 선택으로 결국 다다른 것이 파괴심리일 수밖에 없었다면 나라를 운영하는 위정자들은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반민족적이고 반인륜적인 무리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가진 것을 다 빼앗기다 못해 목숨이 경각에 달리다 보니 거짓을 말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민족,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남을 속이지 않으면 내 것을 얻을 수 없었던 피내림, 이 대를 이어 내려오는 거짓된 사회풍조는 오늘도 달라진 것은 하나 없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습니다. 자고나면 빚이 늘어나는 백성들과 달리 지난 한 해 재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정치인들,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그 권력으로 자신의 부정부패를 정당화 하고 치부治富하는 일에나 쓰는 부도덕한 나라는 멸망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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