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게 치른 알뜰대회, “국제대회 운영 가능성 보여줘”

▲ 여자역도 75㎏이상급 3관왕 장미란 선수
4월 23일 개막해 30일까지 8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던 ‘2012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이 대회는 남자 8체급과 여자 7체급 등 총 15체급에 35개국 512명의 선수들과 임원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2012런던올림픽으로 가는 마지막 출전자격을 따내기 위해 각국 선수들의 열띤 경쟁 속에 벌어진 이번 대회의 이면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역도기구 빌려 치른 경제적인 대회
통상적으로 역도 기구는 1세트 당 1600만원이 소요된다. 대회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역도기구는 연습용과 워밍업용, 경기용 등 총 50여 세트, 거기에 부수장비까지 포함하면 구입비로 약 9억여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실제로 평택시가 구입한 역도기구는 경기용 2세트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2009년 세계역도대회를 치른 고양시로부터 무상으로 임대해 사용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예산을 절감해 치르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더불어 고양시 감독이 태광고등학교 출신으로 평택에 연고가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기구 구입에 필요한 9억여 원의 예산을 절감함으로써 국제대회를 경제적으로 치렀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평택을 역도의 메카로 기억하는 역도 원로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구를 구입해 대회가 끝난 뒤 평택지역의 각 학교에 기증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역도 꿈나무들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 남자역도 94㎏급 2관왕 김민재 선수
민·관이 한뜻으로 평택 위상 세워
이번 대회는 외부 위탁을 줄이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치러냈다는 점이 또한 주목할 만하다. 타 지역의 경우 세계대회 개·폐회식에 대부분 4~5억 원을 들인 반면 평택시는 고작 8천만 원을 가지고 치러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공연에 지역 예술인들을 섭외하고 각 학교 밴드를 참여시켜 최소한의 경비를 들여 한마음 한 뜻으로 치러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한 공항영접에서부터 통역, 경기가 끝난 뒤 때로는 도핑테스트 때문에 늦어진 새벽시간까지 선수와 임원의 개별적인 숙소 이동은 모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의 몫이었다. 민관이 힘을 합쳐 평택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의 예술자원을 활용해 평택의 예술을 널리 선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국제적인 대회를 비전문가들이 주도해 치른 만큼 부족한 점도 많았다는 아쉬움도 있다.

자원봉사자, 응급의료팀 돋보여
대회 도중 말레이시아 선수가 바벨을 들다가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경기장에서 쓰러졌다. 관객들은 술렁였지만 응급의료팀의 발 빠른 대처는 단연 돋보였다. 선수를 빙 둘러싼 관계자들 사이로 의료팀이 재빠른 응급처치를 했고 덕분에 자칫 타국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선수의 귀한 생명을 살려냈다. 이들의 발 빠른 대처는 현장에 있는 관람객에게 생생히 전해져 관계자들로부터 감사의 인사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숨은 공로자는 또 있다. 바로 4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곳곳에서 평택을 찾은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음료지원, 안내, 주차, 통역까지 보이지 않게 대회를 지원했던 자원봉사자들은 귀한 시간을 할애해 늦은 시간까지 대회를 위해 봉사함으로써  대회 성공을 지원했으며 이들의 자원봉사는 무대 뒤 빛나는 조연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역도사진 전시회장 호평
이번 대회의 특이할만한 점은 평택 역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대회장 입구에 전시장을 꾸몄다는 점이다. 전시장에는 평택이 역도의 메카임을 증명하는 각종 사진과 메달 등이 전시돼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전시장을 찾은 대회 관계자들은 사진들을 둘러보고 이 선수가 평택출신이었느냐며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평택역도의 원로들은 가족과 지인을 데리고 와 옛날 사진을 보여주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전시장은 자연스럽게 평택을 홍보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며 한 원로는 대회 중간에 자신의 옛날 사진을 가지고 와 걸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경기장 입구에 상설로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평가도 많았으나 전시장은 경기가 끝난 월요일에 철거됐다. 역도 원로들의 사진은 대회가 끝난 뒤 평택시청 역도팀이 사용하게 될 이충문화체육센터 워밍업장에 걸어두겠다는 제의가 있어 그나마 아쉬움을 덜게 됐다.

탄탄한 대회 준비 아쉬워
이번 대회는 적은 예산으로 치러낸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큰 성과를 남겼다. 또한 지자체의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해 부대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점에서도 귀감이 될 만하다.
하지만 대회 곳곳에서 눈에 띠는 아쉬움은 자칫 국제대회로 위상이 높아질 평택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를 통해 평택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을 견지했더라면 처음 맞는 국제대회를 좀 더 넉넉한 준비기간을 갖고 탄탄하게 준비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번 대회를 위해 배정된 역도대회 전담팀원은 모두 7명, 그나마 4명은 대회 한 달 여를 남겨두고 투입된 인원이다. 이는 고양시가 세계역도대회를 2년 전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회 준비를 위해 일한 전담 팀원들이 잠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애쓴 모습이 역력하지만 그 인원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 분주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아쉬운 점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나 임원들이 마땅히 앉아 쉴 만한 장소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대회장 밖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쉬는 시간에도 대회장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조금 더 준비기간이 있었더라면 충분히 배려할 수도 있는 작은 부족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손님 자격으로 평택을 찾은 선수나 임원들에게는 상당한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더 세심한 조치가 필요했다.
적은 예산으로 치러낼 수밖에 없었던 점도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대회 전 미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대회를 치렀다면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좀 더 내실 있고 알차게 치를 수 있었을 것이다. 국제대회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향후 국제대회를 치를 경우 이번 대회가 표본이 돼 행여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평택시사신문은 8회에 달하는 연재를 마치며 밤낮없이 대회를 준비한 관계자와 각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평택출신 역도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또 그 위상을 이어받은 평택의 역도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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