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경쟁력은 산업화와 함께
문화에 달렸다고 했다.
문화가 융성해야 삶의 질도 높아진다.
향후 86만 시민 모두
자랑스럽게 ‘평택 삽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누군가는 나서야 할 때 아닐까

 

   
▲  이수연한국사진작가협회
前 부이사장

지난 해 말 발표한 ‘2020 평택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5년 뒤인 2020년 평택시 목표인구가 86만 명이란다. 2014년 말 인구가 44만 9555명이니까 3개 시·군이 통합할 당시인 1995년도와 비교하면 20년 동안 13만 명 정도 늘어난 것인데 앞으로 5~6년 사이에는 그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현재 인구만큼 더 늘어날 것 같다.
우리시 인구에 대한 논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있었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따른 지원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연구용역에서는 평택시의 적정인구를 60만 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100만 명의 대도시를 꿈꾸던 우리시의 의지를 반영해서 결국 80만 명 선에서 건교부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도만 놓고 볼 때도 당시 목표였던 62만 명을 달성하지 못했는데 이번 계획은 거기서 더 늘려 잡은 것이다.
물론 10년 전과는 달리 삼성전자 입주·LG전자 확장을 비롯하여 고덕국제신도시·평택~수서 간 고속철도 등등 도시 확장과 활력에 기여할 많은 요소들이 등장했다. 더욱이 이웃 용인이나 화성처럼 과거에 우리시보다 현저하게 세(勢)가 약했던 도시들이 이미 100만 도시에 육박하거나 우리인구를 훨씬 추월한 것을 보면 우리의 계획이 비현실적인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다.
‘인구쇼크’의 저자 앨런 와이즈만은 ‘농업시대의 다산(多産)과 대가족이 노동력 확보를 통한 자산개념이었던 것과 달리 성숙한 도시사회에서는 자녀가 교육의무 확대 등으로 비용은 많이 들고 돌아오는 것이 적은 소비대상일 뿐이기에 인구감소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런 세상에 평택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동질성을 확보할 사이도 없이 갑작스레 늘어나는 것까지 좋아해야 할 일인지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같기도 하다.
문외한이 도시정책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미 송탄지역에서 경험한 것처럼 개발에 따라 기존 주민만 빠져 나가고 도심이 공동화(空洞化)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 희망대로 86만 명이 된다고 하자. 3개 시·군 통합 이후 아직도 평택은 삼역삼색(三域三色)인데 고덕신도시나 새 미군기지 주변으로 또 다른 계층의 주민이 등장한다면 이제 다역다색(多域多色), 아니 그나마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잡색(雜色)이 될까봐 걱정이다. 그동안 유지해온 평택의 문화나 전통 혹은 사람 사는 냄새가 사라지고 오직 생존수단만 갈구하고 ‘이웃’ 없는 도시가 되지는 않을까. 갑작스레 인구가 늘어날 경우 오래 전부터 살아 온 토박이들이 소수 원주민 혹은 소외층으로까지 전락하지는 않는다 해도 분명 기존질서와 다른 환경의 새 주민계층이 생길 것이고 이웃 도시의 예에서 보듯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현상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0여 년 전, 같은 행정구역이었지만 ‘우리는 송탄이 아니라 서정리(현 중앙동)삽니다’라고 하면서 ‘우리 동네는 기지촌이 아니에요’ 했던 지인의 말이 아직 뚜렷하게 각인돼 있다. ‘분당 살아요’ 그러지 ‘성남 살아요’ 하지 않는 것처럼 ‘동탄 살아요. 수지 살아요’ 그러지 ‘화성 살아요. 용인 살아요’ 하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주거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려는 표현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일부 분당 주민의 경우처럼 노골적으로 성남으로부터 분시(分市)를 주장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면 ‘고덕신도시 살아요’라는 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도시의 경쟁력은 산업화와 함께 문화에 달렸다고 했다. ‘경제’라는 한쪽 말고도 ‘문화’라는 다른 쪽까지 배려할 때 새로운 주민은 평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며 기존의 주민들도 그들을 이질화 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융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가 융성해야 비로소 삶의 질도 높아진다. 86만 시민 모두 자랑스럽게 ‘평택 삽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 지금부터 누군가는 나서야 할 때 아닐까.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