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은 죽으러 가는 곳’
이라고 알았다는 어르신이
프로그램이 종료될 즈음에는
‘내가 살아도 될 곳’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지역공감 프로그램이
요양원의 인식을 변화시킨 것이다

 

▲ 한새롬 팀장
평택시노인전문요양원
인식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노인전문요양원이라고 하면 아직도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부분들이 많다. 이런 시각을 변화시켜나감과 동시에 어르신들에게 만족스러운 노년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와도 함께 공감하고 교감하는 노인전문요양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인전문요양원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중증노인성질환으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분들이며 일상생활능력이 다른 일반 어르신들보다 저하된 상태로 전적으로 타인의 케어가 요구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외부활동에 대한 욕구와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이것을 충족시켜드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직원들끼리 많은 의견을 나누곤 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 어르신들과 우리 요양원 어르신들이 함께 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다.

그 결과 평택시노인전문요양원은 2014년 평택복지재단의 공모사업을 통해 전문요양원을 이용하는 어르신들과 지역사회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지역공감프로그램으로 ‘우리 친구할까요?’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었다.

‘우리 친구할까요?’ 프로그램은 전문요양원을 이용하는 어르신들과 교통이 불편한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요양원 어르신들을 모시고 지역에 위치한 경로당으로 이동해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민요강습·한방 뜸·공예프로그램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요양원 어르신들과 지역사회 어르신들이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노인전문요양원 어르신과 지역사회 어르신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외부활동의 경험 확대를 통해 어르신들의 사회통합을 도모하고자 했다.

4월에서 10월까지 모두 18회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얻은 결과는 ‘지속적, 성공적’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하며, 마치 편 가르기 하듯 경로당에 마주앉았던 요양원 어르신과 경로당 어르신들은 프로그램 횟수를 거듭하면서 서로에게 말도 건네고, 마음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18회 차 프로그램이 종결되던 날에는 한동안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연신 ‘꼭 다시 와요. 기다릴게’하며 아쉬워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분명 프로그램의 시작 단계에는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대하던 어르신들이 6개월여의 시간을 함께 하며 새롭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던 직원들과 외부강사들도 어르신들과 정이 단단히 들어 직원들은 물론, 가끔 외부강사님들과 전화를 할 때면 꼭 요양원 어르신들과 경로당 어르신들의 안부를 같이 묻는다. 지난해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 내년 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은 경로당 어르신들을 길이나 마을에서 마주칠 때면 반가워하시며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와’ 하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우리 친구할까요?’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공감프로그램이자, 우리 모두의 공감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4월부터 다시 요양원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뵙게 된다. 작년에는 한 곳 경로당만 찾아갔었는데, 소문이 난 것인지 다른 경로당에서도 우리 요양원 직원들과 어르신들이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전에는 ‘요양원은 죽으러 가는 곳’인 줄로만 알았다고 대답했던 어르신이, 프로그램이 종료될 즈음에는 ‘내가 살아도 될 곳’이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공감프로그램을 목표로 실시한 것이 요양원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까지 작용한 것이다.

비록 시작은 미미했지만 조금씩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에 다가가며, 공감하고 교감함으로써 지역사회와 함께 걸어 나가는 노인전문요양원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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