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다운 박물관’은
박물관 구성원들의 공통의 목표이자
공동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박물관은
시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키고
복합문화공간이자 평생학습기관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 허홍범 학예연구사
과천시 추사박물관
박물관은 현실적으로 무엇인가? 어떤 문화시설인가? 아니 우리나라에서 박물관은 어떤 문화시설이어야 하는가? <박물관학개론>에서 말하는 원론적인 박물관 개념을 기초로 하여 현실적인 박물관의 개념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첫째, ‘박물관은 이용자인 관람객을 위한 공간이다’. 박물관은 자료수집·조사·연구·전시·체험·유물 보존 등을 통해 이용자의 심미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향유 욕구를 원만하게 충족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이 정의는 박물관의 대(對) 시민=이용자 서비스의 강화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박물관 이용자의 문화향유 욕구에 걸맞는 서비스 제공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는 논리이다.

둘째, ‘박물관은 보안구역이다’. 박물관은 소장유물을 전시실에 전시하고, 수장고에 보존하는 건물=문화복합체이다. 박물관 수장고는 기본적으로 보안구역이다. 박물관 유물을 보존하는 수장고는 ‘국립중앙박물관 예규’에 의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1인이 수장고를 출입할 수 없고 박물관장의 출입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소장 유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개념은 소장자의 기증·기탁을 적극 수렴할 수 있는 개념이다. 아울러 박물관 담당자가 “소장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수집했거나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귀중한 사료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루려는 마음가짐”을 가시적으로 기증·기탁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셋째, ‘박물관은 영구적 비영리기구이다’. 이 개념은 국제박물관협회(ICOM·유네스코 산하)의 윤리강령과 미국박물관협회가 규정한 박물관 개념이다.

이 정의는 국내의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이 정의하는 박물관 개념보다 공익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국제박물관협회가 있는 유럽과 미국 시민사회의 역사문화적 성숙도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정의는 박물관을 수익의 관점에서 논하는 이들을 논박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수익 창출을 요구하는 일부의 목소리는 관람객 수·입장료·문화상품·프로그램 판매수익증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러나 특히 공립박물관은 공익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비영리기관이다.

넷째, ‘박물관은 전문인력으로서 학예사가 핵심인력이다’. 박물관이 전복의 껍데기라면, 학예사는 전복 그 자체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조종사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14억 원의 비용과 26개월의 양성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복은 그나마 양식이 가능하지만, 양식으로 자란 학예사는 튼실하지 못하다. 온전히 해당 박물관의 콘텐츠와 유물, 해당 분야의 최신연구 동향, 기획전시 경향 등을 끊임없이 담지 할 때만 해당 박물관은 박물관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박물관 기획전이 박물관의 꽃이라 한다면, 학예사는 그 꽃을 가꾸는 사람이다. 하드웨어로서 박물관 ‘건물’의 건립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건물’과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조직과 사람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박물관은 지상(地上)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신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박물관은 현실적으로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가장 원론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논리가 이 개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박물관은 개념적으로 최고·최신·최적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

역으로 박물관답지 않은 박물관은 존재의 의의와 가치가 없다. 박물관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건립되고, 운영되는 박물관은 폐관되어야 마땅하다. 아니면 용도 변경하여 보다 가치 있는 공간으로 창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은 막중하다. ‘박물관다운 박물관’은 해당 박물관 구성원들의 공통의 목표이자, 공동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박물관은 시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키고, 세계시민의 자질을 함양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평생학습기관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2015년 3월 현재, 평택시 거주인구는 45만 명, 경기도내 공립박물관이 없는 시·군은 세 군데이며, 그 가운데 한 지역이 평택시다. 결국 평택시립박물관의 건립과 운영은 평택시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평택시는 공립박물관에 대해 어떠한 정책적 비전을 내놓을 것인가? 평택시민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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