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쉼 없이 달려왔어요”

 

잠 안자고 독학으로 터득한 미용기술
압구정 미용샵 노하우로 평택서 승부

   

 
누군가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현재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원하는 미래는 꿈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거기에는 반드시 현재의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중퇴 후 미용에 투신
“어렸을 때부터 외모를 가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미용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군대 다녀온 이후였어요. 한 달 미용학원에 다녔는데 혼자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집에서 매일 10시간씩 동영상을 보며 연습했죠. 그리고 기어이 5개월 만에 자격증을 따 냈어요”
평택동에서 ‘마랑헤어’라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서동훈(30) 원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중앙대학교 생명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수업을 들은 지 일주일 만에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고 말한다. 대학 수업을 듣는 동안 졸업한 이후에 닥치게 될 불확실한 미래가 눈앞에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이라고.
“저는 어떤 일이든 생각은 오래하고 결정은 빨리 하는 편이에요.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제 뜻을 존중하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군대 제대한 후에 수원에 있는 미용실에서 잠시 일을 하다가 자격증을 딴 후에는 바로 미용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서울 압구정에 있는 미용실로 들어갔죠. 처음 간 압구정은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았어요. 화려하고 텃세도 심하고, 일주일 동안은 말 한마디 못하고 지냈었죠”
서동훈 원장은 20대 초반부터 부자들만 모인다는 압구정 헤어숍에서 최고의 헤어디자이너를 스승으로 모시고 일을 시작했다. 각오를 하고 들어갔지만 그곳에서의 스텝 일은 결코 녹녹한 게 아니었다. 4층 건물 전체가 미용실이던 그곳은 국내 최고의 미용사들이 모인 곳인 만큼 배우려는 스텝 미용사들도 경쟁이 치열해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압구정에서 배운 미용 노하우
“5년 동안 그곳에서 이를 악물고 지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월급 50만원을 받아 방세 30만원 내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 한 달을 버텨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일을 배우겠다는 욕심으로 스승님들께 노하우 하나씩을 전수받으면 그게 손에 익을 때까지 하루 서너 시간 자면서 연습했어요. 출근하는데 한 두 시간 걸리는 건 예사였고 한 달에 29일은 라면을 먹어야 했죠”
서동훈 원장은 부자들만 살아가는 청담동에서는 그냥 그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다고 털어놓는다. 한 달에 한번 월급 받는 날이 되어야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냉동삼겹살 2인분과 밥 2공기·소주 한 병에 1만원을 투자하며 고단한 마음을 푸는 것이 가장 큰 호사였을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은 헤어날 길이 없었지만 최고의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만은 접을 수가 없었다고.
“압구정에서 일할 때 스승님들께 배운 점이 참 많았어요. 우리나라 미용업계에서는 손에 꼽히는 분들인 만큼 최신 기술은 물론이고 노하우까지 고스란히 전수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건 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것이라 기를 쓰고 배워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죠”
경쟁이 심한 그곳에 머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5년을 버텨내 기어이 디자이너 자격을 갖추게 된 서동훈 원장은 스물여덟 살이 되던 해에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평택으로 내려와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꿈꿔
“평택에 내려온 후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 전국일주를 했는데 그때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쉬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긴 했지만 누구 밑에 들어가 주는 월급 받으며 일하기보다는 미용 전문인으로서 내 실력을 믿는 손님을 대상으로 나만의 독창적인 미용기술을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서동훈 원장은 공장같이 찍어내는 미용실은 아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헤어디자이너 각자의 독창성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미용실은 그런 예술성이 가미된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서동훈 원장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3년을 프리랜서로 일하고서야 2013년 드디어 사람의 왕래가 많은 평택동에 자신만의 헤어숍인 ‘마랑헤어’ 문을 열었다.
“돈을 따라가고 싶진 않아요. 그저 저의 실력을 믿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최고의 기술과 창의력으로 손님 개개인에 맞는 서비스를 하고 싶을 뿐이죠. 그래도 항상 1년 단위의 꿈은 계획해서 지내고 있어요. 아마도 마흔 살이 되면 미용실 3개 정도는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요?”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긴 머리를 선뜻 내놓는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커트를 해주고 있는 서동훈 원장, 일찍 찾은 꿈을 위해 이십대를 온통 바치며 노력해온 서동훈 원장은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3년 뒤에는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손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가 재빨리 가위를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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