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한 33년 통닭장사”

40~50대 청춘의 기억 고스란히 묻어 있어
이젠 자녀와 함께 찾아 추억을 얘기하는 곳

 
30여 년간을 서민들과 함께 하며 ‘대창통닭’을 운영해 온 최은자(59) 씨는 자신의 청춘을 되돌아볼 때마다 더불어 생각나는 것이 가게를 두루 거쳐 간 단골들의 모습이다. 이제는 거의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 후반을 이어가는 단골들은 지금도 자주 이곳을 찾아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꽃다운 20대에 통닭장사 시작해
“80년도에 시작했으니까 벌써 만 32년이 되었네요. 그땐 튀김 닭이 흔하지 않을 때였으니 저도 튀김 닭이 뭔지도 모르고 장사를 시작했지요. 청계천에서 기계를 팔기 위해 튀기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게 다였거든요. 정작 가게를 내고 나니 그때부터는 정말 ‘닭하고의 전쟁’이었어요. 지금은 손질도 다 되어 오지만 그땐 손질 안 된 닭을 잔털 뽑고 토막 내고 씻는 것도 일이었죠. 주문을 받고 닭을 튀기다 보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고, 음식 내놓고 나면 손님 눈치 살피는고. 휴 지금 생각해도 어찌 해왔나 싶어요”
최은자 씨는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웃음만 나온다고 말한다. 테이블 3개로 시작한 장사는 수많은 실패작을 거듭해 가며 닭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소스를 개발한 결과 1년이 지나자 점차 손님도 늘어나게 되었다고.
“가게를 연지 3년 만에 둘째를 낳았는데 돈 벌 욕심에 낳는 날까지 일을 한 것도 모자라 아이 낳은 지 3일 만에 다시 가게에 나와 일을 했어요. 그땐 장사가 잘 될 때였거든요. 제가 사람 덕이 있었는지 도와주는 사람도 많아 순수하게 사람들 먹이는 걸로 한 달에 쌀 1가마를 먹기도 했어요. 김치도 한번 하면 200포기 정도는 기본으로 했지요”
최은자 씨는 당시 번 돈으로 결혼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장만했다. 150만원으로 시작한 장사로 허름하지만 내 집을 가진 뿌듯함은 지금 생각해도 행복하다고.

단골들이 DJ 보는 추억의 통닭집
“당시 저희 집은 평택에서 유일하게 통닭집에 DJ박스도 있었어요. LP판도 엄청 많았죠. 물론 DJ까지 두고 하진 못했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 20대인 손님들이 번갈아가며 음악을 틀곤 했어요. 그분들이 지금은 거의 50대가 되었겠지요. 당시는 통행금지가 있었는데 손님들이 가지 않아 하는 수없이 문 닫고 영업하다가 경찰서에 간적도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모두 추억들이긴 하지만요”
대창통닭은 지금도 평택에서 청춘을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장소다. 명동골목에서 17년, 현재 평택동 새시장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16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호는 한 번도 변하지 않아 ‘대창통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고향에 간 듯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는 사람들도 많다.
“저희 집에서 프러포즈를 한 연인들도 참 많아요. 그때 연애하며 저희 집엘 다녔던 손님들이 이제는 장성한 아들을 앞세우고 함께 맥주를 마시러 오기도 하지요. 물론 아기 때도 봤던 아이들도 많구요. 그럴 때마다 새삼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 싶지만 가게를 하다보면 정작 시간이 간다는 사실도 잘 모르겠어요”
최은자 씨는 장사를 하던 초창기부터 장사 외에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가게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였다고. 그래서인지 그녀는 쉰아홉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음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고운 얼굴과 달리 그녀의 손에서는 그동안 일을 많이 해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 쉽지 않았을 지난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두 명의 아들과 역사 이어갈 것
“지금은 결혼한 두 아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조금은 힘을 덜었어요. 하지만 세집의 생계가 걸린 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죠. 하도 힘들게 이어온 장사라서 아이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 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손님들이 더 좋아해요. 추억 속의 장소가 어느 날 사라진다는 것이 저희는 물론이지만 그분들에게도 어쩌면 커다란 서운함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든든한 두 아들은 항상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늘 웃는 얼굴로 장사에 임한다. 부모님의 노력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을 이어온 만큼 그 역사를 끊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이들의 생각이다.
“남편은 아무리 아파도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는 쪽인데 지금은 아들들이 전부 가정이 있으니 한 달에 한 번은 쉬어주려고 해요. 하지만 자주 문을 닫을 수는 없지요. 손님들이 그 많은 가게 중에 저희 가게를 믿고 찾아주셨는데 왔다가 그냥 가게 되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어느덧 33년째 ‘대창통닭’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어쩌면 평택 서민들의 진솔하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가끔 단골들이 찾아와 옛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래도 이 자리를 꿋꿋이 잘 지키고 있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든다는 최은자 씨, 이젠 든든한 두 명의 아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손녀들도 가까이 있어 늘 행복한 마음으로 일한다는 그녀는 오늘도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