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K-55 오산미공군기지 생화학 실험실 생겨
탄저균 포자, 조건 맞으면 100년 후에도 살아나 위해
미군은 백신보유, 우리는 백신 확보 못해 노출 불가피

 
평택시 신장동에 있는 K-55 오산미공군기지에서는 지난 5월 27일 미공군 5명·미육군 10명·미국정부계약인 3명·시민 4명이 등 모두 22명이 미군 더그웨이 생화학실험실에서 배양해 ‘페덱스 택배’로 보낸 냉동활성탄저균에 노출돼 격리 치료를 받았으며 실험실을 일시 폐쇄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탄저균은 소량이라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치사율이 95%에 이르는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다. 이런 생화학무기가 국내로 반입되고 이미 오래전부터 실험을 해왔음에도 당사자인 평택시는 물론 우리나라 국민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에 ‘미군생화학무기 반입·실험저지 평택시민행동’은 7월 1일 정희상 시사인 전문기자를 초청해 탄저균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시민행동 지침을 마련했다. <평택시사신문>은 정희상 시사인 전문기자가 이날 발표한 내용을 지면에 옮겨 메르스 여파로 묻혀버린 탄저균 실험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주한미군의 비밀 세균실험 프로젝트
시사IN이 입수해 보도한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 관련 비밀문서 ‘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인식(주피터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세균전 실험 관련 첨단장비를 미국에서 들여온 뒤 적어도 2013년 6월 17일과 6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주피터 실행 야전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미 육군의 ‘ECBC 에지우드 생화학센터’ 주관으로 미국 내 민간 연구자들과 협력해 실시했는데 북한의 생화학 공격이나 예상치 못한 전염병 발발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방어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이었다. ECBC 책임자인 피터 임마뉴엘 박사는 한반도를 생물학 실험장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의 요구가 있었고, 한국(인)이 미국에 가장 호의적이며, 미군의 태평양 중시 전략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피터프로젝트를 위한 미군 민관합동 세균실험시설은 K-55 오산미공군기지 외에도 용산·군산 등 3곳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취재 결과 주피터프로젝트와 별도로 미육군공중보건국은 2013년부터 주한미군기지에 소속된 모두 6개의 연구소 설립을 추진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2013년 9월 12일자 미 육군 관보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정부가 주한미군이 실시한 주피터프로젝트를 전혀 모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국방부는 지난 2013년 10월 미국 펜타곤에서 ‘BSP 한-미 공동 생물무기 감시 포털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생물무기 감시 포털은 북한의 생화학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탄저균·보툴리눔·두창·페스트·야토병 등 10여 가지의 위험한 생물학 작용제가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한 공조체계였다. 그러나 정작 미군은 탄저균과 같은 위험물질을 반입해 마음대로 실험하면서도 한국에 일절 통보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을 몰랐다고 주장한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언론의 추적으로 주피터 프로그램이 폭로되자 6월 14일 “주피터프로그램은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방어를 위해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본다”라고 발언했다. 결국 정부는 국민에게는 오산미공군기지 세균 실험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뒤로는 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을 돕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중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오산기지 세균실험의 뿌리는 일본군 731부대
1943년 10월에 창설된 더그웨이 실험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잠시 운영을 중단했다가, 6.25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운영을 재개한 후 지금까지 미군 생화학무기의 총본산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더그웨이 실험실의 역사적 뿌리는 2차 대전 당시 만주에서 자행한 일제의 야만적 생체실험으로 유명한 ‘731부대’와 맥이 닿아있다. 731부대 창설자인 ‘이시히 시로’에 대한 기밀해제 파일에 따르면 세균무기 개발정보와 생체실험에 대한 전쟁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시히의 731부대 핵심 세균 연구자들과 정보는 미군 손으로 넘어가 모두 미군에 흡수된 뒤 더그웨이 생화학 실험장에서 세균무기를 개발로 부활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군의 ‘731부대 세균 연구 승계’와 6.25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세균전 등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역사적 맥락은 물론 주한미군기지 내 비밀 세균 실험의 위험성에 관한 정보에 관해서조차 몰랐던 셈이다.

 
■ 오산기지 주변은 안전한가
탄저균에 노출되면 잠복기에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고 이어 폐에 울혈이 생기며, 탄저균에 노출된 피부는 가려움증과 부스럼 등이 나타난 후 악성 고름이 생긴 뒤 서서히 죽어간다. 더구나 이번에 오산기지에 보내진 ‘시베리아 탄저균’은 죽음의 수소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100kg이 투하되면 3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가공한 살상력을 지닌다. 이 균의 포자가 공기 중에 퍼지면 치명적이다.
특히 탄저균은 불활화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정작 탄저균 포자는 악조건 속에서는 100년도 죽어지내다가도 인체로 들어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언제든 활성화 될 수 있다.
러시아 질병전문가인 나탈리아 칼라니나는 한 러시아 언론에 “생물학무기 병균을 이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오산 미군기지는 시베리아탄저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측은 사고 직후 오산기지 내 생물학 실험실은 잠정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주피터프로젝트가 살아있는 한 잠잠해지면 언제든지 실험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군은 탄저균 백신을 보유하고 있어 훈련병 때부터 백신을 맞고 부대로 투입되지만 우린 현재까지 백신이 없는 상태다. 만일 세균이 흘러나오게 되면 우리는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 국제법 위반 아닌가
이번에 오산기지에 반입된 탄저균은 BWC 생물무기금지협약이 금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세균무기다. 이에 따라 이 조약의 가입국인 미국이 제3국으로 탄저균을 이전한 것은 이 조약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또 주한미군은 유사시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응한 방어용 세균실험이라고 하지만 생화학무기의 경우엔 공격용과 방어용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공격용과 방어용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탄저균 역시 언제든 공격용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인데 BWC가 생물무기 보유 자체를 금지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미국은 이번 실험을 북한의 생물학 프로그램에 대응한 방어용이니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평화란 민간분야에서 질병 치료목적 등에 쓸 수 있는 용어이지 군사적 목적의 세균 실험을 일컫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세균무기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지금도 비밀리에 진행되는 주한미군 세균 실험실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해 국민이 더 이상 모른 채 위험에 방치돼서는 안 될 때다.

 

정리/임 봄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