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오기 전에는 셔터 누르지 않아”

‘사람’이라는 피사체에서 가장 감동 느껴
6월초까지 평택호·베아트센터에서 전시

 
‘신미식’은 여행가, 사진작가, 책을 펴낸 작가, 서울 효창동 카페 ‘마다가스카르’를 운영하는 사장 등 타이틀이 많다. 그러나 그의 명함에는 단 한줄, 사진 찍는 사람이라는 뜻의 ‘photographer 신미식’이라는 단어만 들어있다. 그것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사진이며 그 외에 하고 있는 많은 것들의 최종 목표도 바로 사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진작가들에게는 마음을 끄는 다양한 대상이 있게 마련이지만 신미식 작가의 렌즈가 멈추는 곳은 바로 ‘사람’이다. 그에게 ‘사람’이라는 끊임없이 감동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인 셈이다.

목적 없이 피사체와 만나
“제게 사진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진이 목적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여행이 좋고 사람이 좋아 떠났다가 그 곳에서 대상과 만나 카메라 렌즈에 담게 되면 그것이 바로 저만의 작품이 되는 것이지요. 여태 그래왔습니다. 아프리카로 떠나는 이유도 그곳 사람들이 좋아서입니다. 절 좋아해주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지 반드시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건 아니니까요”
신미식(51) 작가는 5월 8일부터 25일까지 평택호예술관 전시실에서 그동안 찍어 온 5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송탄에서 출생해 송북초등학교와 효명중학교, 신한고등학교를 졸업한 평택 토박이 그는 평택이 낳은 여행 사진작가 1세대이기도 하다. 신미식 작가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잡지사 ‘빛과 소금’에서 편집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30대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평택은 제 고향입니다. 송탄 입구의 소방서를 지나갈 때마다 늘 가슴이 뛰는 것도 바로 그곳이 고향 초입이기 때문이지요. 이곳에 사는 분들에게는 늘 보는 풍경이겠지만 타향에서 생활해온 제게는 변화된 그 모습 속에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녹아 있으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보이곤 하지요”
사진을 선택한 후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5년간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등 힘든 삶을 살기도 했다는 신미식 작가는 어쩌면 그때의 어려움이 현재의 강한 자신을 만들었을 거라고 말한다.

사진으로 울고 사진으로 웃고
“사진을 찍는 것은 카메라지만 그것을 허락한 것은 제 가슴입니다. 때문에 감동이 오기 전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는 게 저의 사진철학입니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사진이 좋고 사진밖에 잘 할 줄 아는 게 없었으니 결코 포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니,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매번 암환자나 교도소 등에서 사진으로 인해 희망을 얻었다거나 사진이 너무 좋다는 사람들의 격려 때문에 다시 일어서야 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고통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고통이 스며든 작품이 없었다면 아마도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었겠지요”
신미식 작가는 자신이 좋은 환경에서 고통이나 아픔이 뭔지 몰랐다면 사람의 내면을 파고드는 지금과 같은 사진은 결코 찍지 못했을 거라 말한다.
“아프리카 아이들을 많이 찍었지만 한 번도 그곳의 아이들을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대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래도 너희들은 카드빚이나 여러 경제적인 독촉을 받지 않아도 되니 나보다 훨씬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마도 그곳의 아이들에게 제가 더 위로를 받았을 겁니다. 저에게 있어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동정이 아닌 동경의 대상이었지요”
그는 20여 년 동안 80여 개국을 여행한 베테랑 사진작가지만 아직도 어디론가 떠나기 전 공항에 가면 설렘으로 가슴이 뛴다는 말을 들려준다.

내가 담아내고 싶은 세상
“누구든 자신의 시선이 멈추는 곳이 사진 찍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시선이 멈췄다는 것은 마음이 향했다는 뜻이고 그 곳에 감동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저도 늘 새로운 마음으로 피사체를 만납니다. 도전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열정이 많을 뿐이지요. 65세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외국 사진을 주로 찍고 그 다음에는 국내를 돌며 사진을 찍을 생각입니다”
그는 그동안 사진 외에도 포토에세이 16권을 펴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또 얼마 전에는 마다가스카르에 도서관과 운동장, 우물을 만들어 주었고 최근에는 캠페인을 통해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이 신을 운동화를 기부해 사회활동가, 자선활동가라는 호칭까지 얻고 있다.
“제가 꼭 찍고 싶은 사진이 있습니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손과 발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그분들에게 손과 발은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삶의 도구였지요. 그 사진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전 제가 먼저 울게 될 것 같습니다만”
그동안 고향을 떠나있느라 은사님이나 친구들도 많이 찾아보지 못했다는 신미식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작가의 사진을 통해 그동안의 죄송함을 상쇄할 작은 감동을 느꼈으면 한다고.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피사체에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위대한 종군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말처럼 좋은 사진가, 좋은 사진은 신미식 작가처럼 피사체와 감동으로 하나가 되었을 때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이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의 사진으로 유명한 신미식 작가는 평택호 전시에 이어 6월 8일까지 평택 비전동 베아트센터에서 2차 사진전을 갖고 평택 시민들에게 한층 다가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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