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는 게 삶의 지향점이죠”

 

90대 어르신부터 초등생까지 가르쳐
외국인과 중도입국청소년 지도 보람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노랫말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꿈을 꾸기 위해 배우고, 희망을 품기 위해 가르친다는 이 말은 진정한 교육이 사라져 가는 요즘, 배움과 가르침의 의미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15년째 문해 교사로 활동
“서른다섯 살이 되던 1993년 평택으로 이사 온 뒤부터 꾸준히 합정종합사회복지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땐 복지관이 문화센터처럼 주부들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치고 있었거든요. 저는 거기서 다양한 과정들을 배우는 학습자로 참여했는데 2001년경 문해교육 교사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제게 요청이 온 거죠. 그때부터 어르신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조안숙(57) 선생은 현재 15년째 어르신 한글을 가르치는 문해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한글수업 교재가 도입돼 가르치는 일도 쉬워졌지만 당시만 해도 학력편차가 큰 어르신들을 위해 모든 교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야하는 바쁜 일과를 보내야 했다.
“문해교육 대상자는 90대 어르신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어요. 사회의 이목 때문에 숨기는 사람도 많죠. 80세에 한글공부를 하러 온 할머니는 ‘korea’라는 영어단어를 알려드렸더니 월드컵 때 가족들과 TV를 보다가 ‘저 단어 안다’고 말해 가족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기도 하셨대요”
조안숙 선생은 어르신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도 게으름을 부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하는 법, 그런 면에서 조안숙 선생은 평생을 배우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쉼 없이 이어진 배움의 열정
“대학 다닐 때는 야학도 했고, 결혼 전 잠시 전라도청에서 8급 공무원 생활을 하며 누군가를 돕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경험하기도 했죠. 직업군인이던 남편을 따라 부대에서 생활할 때는 사병들 밥 해주는 게 제 몫이었구요. 교사였던 아버지가 일상생활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안숙 선생은 양재·한복·퀼트·서예 등 배우고 싶은 것들은 닥치는 대로 배웠다. 특히 종이접기·북아트·예쁜 한글 POP 등은 자격증까지 취득해 이후 다양한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가르치고 봉사하는 것이 좋아서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내가 열심히 공부해야만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2010년부터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를 다녔고 한국어교원자격증이나 평생교육사자격증도 땄죠. 잘 배워서 남 주자는 게 제 배움의 목표였으니까요”
조안숙 선생은 늦은 나이에 입학한 사이버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4년 전 도서관에서 은빛독서도우미 교육을 받은 뒤부터는 어린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일도 시작했다.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한글교육과 평택대학교에서 하는 중도입국청소년 교육은 주변의 요청에 의해 시작하게 된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가족의 지지가 가자 큰 힘
“이곳에서는 현재 학력인증반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졸업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요. 2001년부터 한글 문해교육을 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었는데 학력인증을 받는 곳이 된 지금은 2017년도 2월에 그분들 졸업장 받는 날이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죠”
조안숙 선생이 집에 들어가 주부로서 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나면 보통 10시 정도고 그때부터 새벽 2시 정도까지는 다음날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시간이다. 일을 한다고 해서 가족에게 소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의 이해가 없었다면 공부하고 봉사하는 일을 지속하는 건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돈보다는 가르치는 게 좋아서 활동하는 만큼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나와 자원봉사나 교육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렇게 신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늘 협조해주고 이해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오로지 한글과 한국어만 바라보고 평생교육에 매진해 왔다는 조안숙 선생, 매년 초에 작성하는 ‘버킷리스트’에 올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적었는데 오늘 인터뷰가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웃는 조안숙 선생은 내일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지금이라도 배워라, 그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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