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보내는 편지는 ‘소통의 디딤돌’

500여명과 ‘디딤돌 아침편지’ 공감과 소통
성장기 배운 ‘사랑과 배려’ 일상에 큰 도움

 
어쩌다 한번 씩 받게 되는 누군가의 이메일은 마치 가뭄의 단비 같다. 비록 예전처럼 밤새 손으로 꼭꼭 눌러쓴 편지는 아닐지라도 바쁜 시간 속에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고운 마음으로 썼을 누군가의 편지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모르게 따뜻해진다.

편지 쓰는 아침시간 행복함 느껴
“오전 7시 반 경, 이른 시간의 고요 속에서 편지를 쓰는 시간이 제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지요. 이제 꽤 많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제 편지를 받고 있고 때론 답장을 하기도 하는데  한 사람의 장학사가 과연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싶지만 서로 같은 것을 공감하고 소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겐 참 보람 있는 일입니다”
김혜리(44) 장학사는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에서 학생·학부모지원팀장으로 근무하며 학교폭력과 체육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 자체가 남성적인 면이 많지만 김혜리 장학사의 명함에 쓰인 ‘삶의 열정’이라는 문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는 특유의 열정으로 자신이 맡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디딤돌 아침편지’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 편지가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서로간의 소통을 이뤄가게 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아침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 마음을 전함으로써 그분들이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루를 좋은 기분으로 이어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혜리 장학사는 만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마음이 담기는 것은 고사하고 아침마다 보내야 하는 일이 괴로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가 행복한 일이기에 편지 쓰는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고. 3월부터 기획한 ‘디딤돌 아침편지’는 현재 500여명이 훨씬 넘는 이들에게 이른 아침마다 전해지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에게 배운 사랑
“저는 다행스럽게도 가족애가 많은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혈액원장님이셨는데 한번은 양 다리가 없는 걸인을 집에서 며칠씩 묵게 하며 밥을 대접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그 분과 같이 식사를 하게하며 어른 앞이니 무릎을 꿇고 밥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 이후로 밖에서 그분이 제게 반갑게 아는 척을 하셨는데 창피해서 도망치듯 벗어났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가 크게 혼이 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또 저희 집 옥상은 유기견을 보살피는 곳이기도 했지요. 개털이 하도 많아 하수관이 막힐 정도였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습은 저와 제 형제들에게 무엇보다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김혜리 장학사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세상에 서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뿌리는 분명 어릴 때부터 체득한 가족들의 사랑과 밥상머리 교육일 거라며 웃는다.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건 사랑과 배려였습니다. 지금도 매일 받게 되는 민원을 별다른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런 민원인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 겁니다.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게 마련이니까요”
김혜리 장학사는 그녀가 맡고 있는 학교폭력 등의 일들도 마음으로 다가가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대하고 그러다 보면 서로 소통이 되어 한결 수월하게 진행되는 면이 많다고 말한다.

학교폭력, 제도보다 교감이 중요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 첫 발령을 받았던 때가 20대 초반이었습니다. 한참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이었지요. 그때 제자 한 명이 종례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나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때의 충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이후로는 어떤 경우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지요. 비록 아이들이 말썽을 부려도 그저 건강하고 곁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했구요”
김혜리 장학사는 학교폭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그런 연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장학사가 된 뒤로는 무언가 보람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고 그 중심이 바로 소통이었습니다. 학교폭력도 제도보다는 서로 느낄 수 있는 교감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지요. 학교폭력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데 그것은 소통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녀가 띄우는 편지의 내용은 다양하다. 그 중에는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때로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빛을 따라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빛이 너무 멀리 있어 좌절할 때도 있지요. 그런 날엔 빛을 잠깐 놓아두고 그림자 밑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삶이 아닌가 싶어요. 어머님, 아버님, 자녀교육 하시느라 힘겨우시겠지만 잠시 그림자 밑에서 쉬어가시면 어떨까요?’
그녀가 보낸 편지의 문구처럼 잠시 그림자 밑에서 쉬어가는 느낌, 즐거운 습관처럼 그녀의 편지를 기다리게 되는 건 자칫 상처받기 싫어 꼭꼭 숨기고 있었던 우리들의 따뜻한 감성을 톡톡 일깨워 주는 그녀의 진정성이 편지 속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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