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 어루만지며 살아가요”

 

학교폭력 멍든 아이들 무료상담 보람
대리운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교감

 

 
개인마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어떤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적어도 하나 정도의 공통된 지점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살아가는 동안 경험으로 알게 된 삶의 지혜를 주변에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일이다.

학교폭력예방, 아이들과 소통 7년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무술학교 관장으로 있는 아들의 권유 덕분이었어요. 피해자든 가해자든 문제가 생기면 체육관으로 불러서 상담하고 운동하는 아이들 중 같은 학교 1~2년 선배들을 만나게 해주면서 보살피게 하면 피해자는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고 가해자 역시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줄어들곤 했죠”
양창석(61) 평택시국무도연합회 회장은 7년 전부터 학교폭력에 관심을 갖고 거리홍보와 무료상담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 역시 청소년인 만큼 그 시기만 잘 넘어가면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양창석 회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부모세대가 아직은 먹고살기 바쁘니 조금 한가해진 어른들이 이 문제에 나서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인다.
“학교폭력 문제는 부모나 교사들이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같은 학교 선배고 특히 운동하는 선배들이 직접 나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지켜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것보다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거든요”
양창석 회장이 맡고 있는 평택시국무도연합회는 지금도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주된 관심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다른 단체들과 연합해 평택에서는 최초로 학생들이 모여 학교폭력과 왕따를 없애자는 취지의 ‘플래시몹’을 평택역 앞에서 매년 추진하기도 한다. 양창석 회장은 낮에는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하는 한편 저녁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세상과의 또 다른 소통을 꾀하고 있다.

대리운전은 또 다른 소통의 기회
“대리운전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참 다양해졌어요. 외식 나온 가족들을 태우는 경우도 있고 공무원이나 기업인,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등 많은 사람들과 만나죠. 혹 학생들이 타고 있으면 학교폭력 상담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고 기업인들을 만나면 요즘 경기에 대해 묻기도 해요. 대리운전을 하면서 소통하게 된 또 다른 세계죠”
양창석 회장이 대리운전에 나선 시간은 1년 반 정도, 아는 사람도 많이 만날 텐데 괜찮으냐는 질문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인 만큼 대부분 반갑게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고 집까지 가는 동안에도 안심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다. 대리운전은 목적지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데 주로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이라 3~4km 정도를 걷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발가락에 모두 물집이 잡히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대리운전을 할 때는 그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많은데 얼마 전에는 중소기업 사장이 집에 있는 딸과 대화하는 걸 듣고 같이 많이 울었어요. 언제 들어오느냐는 딸의 질문에 아빠가 많이 힘들다고, 사업이 잘 안 된다고, 미안하다고 대답하는 그분의 말을 듣고 차를 세워두고 많은 얘기를 나눴죠. 그런데 그 사람뿐 아니라 요즘은 부쩍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양창석 회장은 그 말을 하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의 옛날 생각이 나서 대리비도 받을 수 없었다는 그는 정작 자신이 고생한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본인 역시 60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이 사람들이 겪은 일과 비슷한 일, 어쩌면 어려웠던 시절이었던 만큼 그보다 더 한 일들도 겪었기 때문이리라.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다정한 부부
“힘든 시절이었고 배움도 많이 갖지 못하던 시절이었어요. 정비기술 하나 가지고 외국에도 두 번 나갔었고 돌아온 후에는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죠. 사업실패로 빈털터리가 돼 본적도 있는데 그때 아내가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던 위로 덕분에 힘을 냈던 기억이 나네요. 아내가 지금도 제겐 가장 큰 힘이 되곤 하죠”
양창석 회장은 해외에서 배워온 정비기술로 1995년 신대동에 지게차정비공업사를 차려 11년 동안 운영했다. 비전2동 작은도서관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을 때 추진위원으로도 일하고 평택시교육희망네트워크와 ‘나눔과 환경사랑’ 대표를 맡기도 했고 지금은 아들이 하고 있는 무술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고생 많이 한 아내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현재의 생활에 100% 만족해요. 아내가 함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죠. 사랑은 젊었을 때 하는 표현이라 잘 안하지만 지금도 ‘좋아해’라는 말은 잘 해요. 사랑은 순간이지만 좋은 건 오래가는 거니까, 전 지금도 아내를 참 좋아해요”
학교폭력으로 힘든 아이들을 만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명함을 건네준다는 양창석 회장, 대리운전으로 힘든 사람을 만나면 꼭 손을 부딪치며 ‘하이파이브’로 힘을 실어주고 돌아온다는 양창석 회장은 힘들었던 때를 생각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며 얼굴 가득 활짝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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