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편한 세상을 꿈꿉니다”

 

‘돈’에서 180도로 바뀐 인생의 가치
당장 할 수 있는 일 미루지 않아야

 

 
장애인도 사회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다양한 기능들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주변 사람들의 인식개선에서부터 가르치는 사람의 의지, 본인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만 가능한 일이다. 

지적장애성인 3명과 한 가족
“18세 이상 지적장애를 가진 성인 남성 3명이 저와 한 집에서 살아요. 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속에서 지켜야 할 질서들을 가르치죠. 씻기·청소하기·세탁기 돌리기·설거지하기·밥상 차리기 등 스스로 하는 걸 가르치는 건 꾸준한 반복교육이 필요해요”
사회복지법인 고앤두에서 ‘꿈찬 공동생활가정’ 사회재활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인화(50) 선생은 일본 동경 루터학원대학교에서 사회복지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서 행동수정을 공부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우리보다 선진화된 일본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한 그녀는 이용자들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집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행동양식들을 가르치며 사회에 나가서도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0년 처음 고앤두에 왔을 때는 정신없이 일에 매달렸어요. 사명감 같은 게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장애인시설은 주변 사람들과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역 어르신들과의 유대를 맺기 위해 많이 뛰어다녔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후원이나 기부금도 받으러 다녔고 공모사업들을 따내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인화 선생은 고앤두에서 일한지 1년 반 만에 무리한 일 탓인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고 말한다. 갑자기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고, 들고 있던 컵을 놓치고, 급기야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삶의 가치 바꾼 인생 굴곡들
“자폐증을 앓는 경우 정해진 상황이 어긋나게 되면 심하게 당황하면서 모든 것이 헝클어져요. 그런데 일상에서 제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한 일이죠. 다시 마음을 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이인화 선생은 아직 미혼이다. 결혼시기를 놓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한 것도, 삶의 가치와 행복의 기준이 ‘미래’에서 ‘현재’로, 그리고 ‘나’에서 ‘너’ 또는 ‘우리’로 바뀐 것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였다.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캐나다 친구의 권유로 처음 발달장애 아이들을 돌보는 곳에 따라갔다가 평생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때부터 제 인생은 180도 달라졌죠.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에는 특별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어렵고 힘들어도 대상이 바뀌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좋았거든요”
이인화 선생은 20대 초반부터 사회에 뛰어들어 해외에서 옷이나 가구 등을 들여와 판매하는 소규모 무역을 시작하며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20대 후반, 믿었던 회사동료에게 사기를 당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10여년을 그곳에서 생활할 당시만 해도 그녀에게는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삶의 목표였다고.

장애인이 편한 세상을 꿈꾸며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가 잘못 됐는데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게 많아요. 부모조차도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된 교육을 받거든요. 조금만 빨리 교육을 받아도 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살 수 있는데 그 시기를 놓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이인화 선생은 장애는 낫는 게 아닌 만큼 조금이라도 일찍 사회적응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 일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만큼 공동생활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안 그들의 행동이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볼 때 그녀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내일로 미뤄본 적은 없어요. 함께 지내는 아이들과도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고 아침에 짜 놓은 계획은 반드시 하는 게 제 하루 일과죠. 굳이 내일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하루를 잘 살아야 1년도 잘 사는 거니까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려고 노력해요”
장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만큼 다해주고 싶다는 이인화 선생, 장애인이 생활하기 편한 세상이라면 비장애인은 더 편할 거 아니겠냐며 장애인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이인화 선생은 평택시에 여성 성인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이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 같은 가족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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