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모하는 전통시장 만들거예요”

 

4대를 이어온 100여년 전통 자부심
상인들의 마인드부터 변해야 발전해

 

 
전통시장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곳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통시장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덤’과 ‘열정’,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흐르는 곳으로 남아있다.

1915년 개업한 선일상회
“증조할아버지가 1915년부터 지금의 통복시장 백산상회 위치에서 노점장사를 시작하셨다니까 벌써 100여년이 되었네요. 지금의 위치로 오게 된 건 1960년 할아버지 때부터였는데 그렇게 보면 저는 건어물로만 4대째 가업을 잇는 셈이죠”
이동우(34) 선일상회 대표는 2013년 이제 갓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가업을 잇는 길을 선택했다. 젊다는 건 수많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기에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살아가겠다는 결심은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이제 그는 누구보다도 전통시장에 젊고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는 상인이 됐다.
“할아버지는 오징어 철이면 한 달 정도 집을 떠나 배를 타고 선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오징어를 잡은 뒤 잡은 오징어를 통째로 사오곤 하셨대요. 그만큼 싸게 살 수 있었겠죠. 제 부모님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곳에서 일하며 저희를 키우셨구요”
이동우 대표는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다. 디자이너와 건어물가게 주인은 쉽게 연관내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먼 거리가 있지만 그의 삶의 이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젊은 나이에도 꽤 만만치 않은 실패의 내공이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거듭했던 실패가 큰 재산
“처음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어요. 중국으로 유학도 다녀왔고 디자인 쇼핑몰도 운영했죠. 그런데 그런 모든 것들이 제겐 남들처럼 쉽게 이어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후 음식점에서 배달도 해봤고 돼지 사료공장이나 물류회사에서도 근무했죠. 마지막에는 건축 관련분야에서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는데 모두가 제 스스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에요”
이동우 대표는 그 많은 실패들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배달음식점을 인수하려다가 사기를 당하고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그땐 결혼을 해서 가족들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은 정말 막막하기만 했었다고.
“계속 하는 일마다 실패하니 아내가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죠. 그 외에는 대학 때 검도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요. 제가 가장 힘들 때 생활비도 빌려주고 함께 마음도 나눠준 친구들이었는데 먹고 사는 게 힘들고 바쁘다보니 제대로 연락도 못하고 살았거든요”
이동우 대표는 친구들 얘기가 나오자마자 눈물을 글썽인다. 가능하면 부모님께도 손 벌리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만큼 그가 의지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정작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지난 생활들은 지금도 그를 힘들게 한다. 아내나 친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속죄하는 길은 현재 선택한 이곳에서 하루빨리 자리를 잡는 일이라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결연한 의지도 엿보인다.

상인교육은 변화의 시작
“이번 11월 말경에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주최하고 신세계가 후원한 ‘청년창업 및 가업승계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일본연수를 다녀왔는데 일본 전통시장과 우리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잘 알게 됐죠. 교육은 전통시장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동우 대표는 전통시장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교육을 통해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동우 대표 역시 교육을 받은 이후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에서부터 사회 수요에 따른 변화까지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변화됐기 때문이다.
“전통시장만의 색깔은 살리되 손님들의 필요에 따라 영업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통시장인 만큼 모든 상인들이 개량한복을 입고 장사하는 것도 좋고 가능하다면 일본의 경우처럼 시장 내에 최신 시설의 유치원을 설립해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러 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과 접하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서서히 바꿔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많은 실패를 경험한 만큼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싶다는 이동우 대표, 아직 옛날 방식을 선호하는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를 완전히 좁히진 못했지만 젊은 나이로 상인대열에 뛰어든 만큼 전통시장 전반에서의 변화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닐 계획이라는 이동우 대표는 내년에는 상인회에도 들어가 많은 일들을 하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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