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합동실무조사단 결과 발표, 페스트균 실험도 1차례
美 제공한 자료로만 조사, 정확한 실체규명에 한계 있어
향후 사전 통보, 생물학무기 실험 앞으로도 지속될 듯

 

 

주한미군이 K-55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치명적인 살상무기인 탄저균 실험을 감행해 평택시민들은 물론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한미합동실무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두 16차례의 탄저균 실험이 있었고 페스트균 실험까지 한 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 한·미 합동실무단 운영 결과 공동 발표문(원문) 2면

주한미군사령부 기획참모부장인 헤드룬드 장군과 우리나라 국방부 정책기획관인 장경수 육군소장은 지난 12월 17일 용산한미연합사령부에서 한미합동실무단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발표에서는 오산기지 실험 외에도 용산기지에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주한미군이 탄저균 샘플과 함께 페스트균 샘플을 반입한 사실이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이번 발표는 지난 5월 29일 주한미군이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한 ‘본 실험 훈련(탄저균 시험)은 최초로 실시된 것’이라는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한미 간 상호 신뢰에도 금이 가는 내용이다. 당시 우리나라 측은 과거에도 반입된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주한미군은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답할 수 없다”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밝혀지자 주한미군 측은 “오산 미군기지에서 실험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는 의미”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사령부 헤드룬드 장군은 “주한미군은 탄저균 배달사고와 관련해 안전절차를 준수했고 대한민국 국민과 오산기지 내 미국인이 어떠한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합동실무단의 한국 측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샘플을 직접 채취·분석했고, 그 결과 오산기지 검사실 내에는 어떠한 탄저균 포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경수 육군소장은 “한·미 합동실무단은 현장 기술평가를 통해 주한미군이 탐지·식별 훈련을 위해 올해 탄저균 검사용 샘플과 함께 페스트균 검사용 샘플을 반입한 사실과 과거에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5차례 탄저균 검사용 사균 샘플을 반입해 장비 시험과 사용자 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재 미 국방부는 검사용 샘플 사균화 처리 과정에서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탄저균 검사용 샘플에 대한 배송 중단을 선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탄저균 실험과 관련해 한미합동실무단은 샘플제독과 폐기부분에 관해서도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5월 20일과 5월 26일 사용된 샘플은 시험 종료 후 멸균 비닐 백에 넣어 고압 멸균해 폐기했고 주한미군사령부는 5월 27일 미 국방부로부터 샘플 폐기지시를 받은 후 보관 중이던 잔여샘플을 8.25% 차아염소산나트륨 용액에 침수시켜 제독 후 폐기했으며 폐기물은 공인된 전문 의료 폐기업체에 의뢰해 소각처리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 장경수 육군소장은 향후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 반입 시 한국정부에 이를 통보·평가하는 SOFA 운영 절차 개선안을 마련해 SOFA 합동위원회에 합의권고안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권고안은 SOFA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으며 이번 합의권고안에는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 반입 시 우리정부에 발송·수신기관, 샘플종류, 용도와 양, 운송방법 등을 통보 ▲일방의 요청이 있을 시 빠른 시일 내에 공동평가 실시 ▲관세청이 물품검사를 희망하는 경우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협조해 합동검사 실시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합동실무단의 현장조사는 8월 6일 하루 오산기지를 찾은 것이 전부였으며 그나마도 거의 미군 측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해 진행함으로써 2009년 이전에는 어떤 표본으로 어떤 실험을 했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은 이번 발표를 통해 지난 5월 탄저균 표본과 페스트균 표본을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경수 육군소장은 “북한은 탄저균, 페스트균 등 모두 13종의 생물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테러 또는 전면전 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간 연합 훈련 실시, 생물방어 협력 확대, 한·미 생물방어연습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하며 다시 실험을 계속할 것임을 밝혀 이에 따른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한미군은 북한의 생물학무기 공격위협이 커지면서 이에 대비한 ‘주피터프로그램’을 지난해 말 평택 오산기지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생물학무기를 탐지하고 분석과 식별을 통해 조기에 알리는 미국의 차세대 생물 감시시스템이다.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탄저균은 탄저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생물학 무기 중 하나로 감염된 사람의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 쇼크를 유발하고 심하면 급성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균이다.

탄저균 100kg이 대도시 상공에 살포되면 100~300만 명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또한 페스트균은 흑사병을 일으키는 균으로 중세유럽을 휩쓸며 전체 인구 3분의 1 이상을 희생시켰던 질병이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희귀병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